생동감 넘치는 그들의 이야기.
그야말로 이건 탐험이었고 진정한 모험이었습니다.
무엇 하나도 순탄하지 않은, 하지만 그만큼 그 속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와 우주의 신비, 여행지에서 만난 원주민 애버리진이 겪은 차별의 역사, 철광석의 발굴 이후 황금시대를 맛보고자 호주로 건너온 이민자의 이야기 등...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이보다 더 매력적인 곳이 없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난 뒤의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서호주에서 무엇을 봤고, 어디를 갔고, 어떤 사건을 겪었는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했지만, 실상은 다르다. 서호주에서의 시간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하루 종일 차로 이동하면서 차창 밖으로 건물 하나 없는 단조롭고 따분한 풍경을 바라봐야 했으니까.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않았다. 우리는 서호주라는 진공에 가까운 공간 속에, 별일없는 퀭한 시간 속에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서호주다.
완전히 주관적이고 찬란한 기억의 시간, 서호주...... - page 213
그래...
백조의 우아함 속엔 쉼 없이 발을 움직인다는 것처럼 서호주의 공허함과 눈부신 햇빛으로 잠시나마 환상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떠한 문명의 산물도 존재하지 않는 날것의 자연 '서호주'.
그곳에서 배우게 된 '공허함'에 대해
공허 속에 한참 있다 보면 깨닫게 된다. 공허함은 나를 오롯이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공허함은 나를 묵묵히 바라보는 말 없는 친구가 되어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준다. 내가 무엇을 해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어떻게 하면 생동감 넘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조언한다. - page 215
책을 덮고 나니 저에게도 공허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잠시 그 공허 속에 머물러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