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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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는 지식을, 가슴에는 교훈과 감동을 전하는 역사 선생님 '설민석'.

그의 강의는 유익함과 재미를 뛰어넘어 감동이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소설로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낯설지 않은 이 느낌.

아무래도 강의도 이야기처럼 들려주기에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벌써부터 칠판 앞에 분필을 잡고 안경 한 번 쓰윽~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눈 초롱, 귀 쫑긋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망자천도를 꿈꾸는 임금, 정조

그리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결성된 조직, 요괴어사대

이제 그들의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요괴어사 : 지옥에서 온 심판자



"허어, 기이하구나." - page 8

18세기 조선, 임금 정조에게 괴이한 일들이 펼쳐지게 됩니다.

꿈속에 한 손에는 여자아이를, 다른 손에는 펄떡거리는 심장을 쥐고 있는 산봉우리보다 큰 여인이 나타나서는 여인의 손에 쥐여 있던 아이가 다급히

"우리를 찾으세요!"

외치고는 여인은 손에 든 심장을 쥐어짜 산봉우리를 붉게 물들였었는데...

"여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심장. 흙 묻은 손은 힘쓸 골을 뜻하니......"

머릿속에 글자가 완성되자, 임금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요괴. - page 10

2월, 모처럼 따사로운 햇살 아래 행차를 하던 중 한 아이가 달려와서는

"죽은 제 아비가 요괴가 되었습니다. 부디 저희 아비를 불쌍히 여기어 천도해 주소서." - page 15

죽은 이를 본다는 아이 '벼리'를 측은히 여겨 잠시 쉴 곳을 제공하게 됩니다.

며칠 뒤, 벼리의 사연을 궁녀로부터 전해 들은 혜경궁 홍씨가 은밀하게 뵙길 청하여 임금 정조는 어머니의 처소를 찾게 되는데 평소와 다른 기색으로 아들을 맞이하는 홍씨.

그리고 건넨 커다란 흑단 상자에는 '사도세자'가 남긴 편지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죽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몹시 두려운 마음에 봐도 보이지 않는 척하자 그들은 말을 걸어왔다.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소용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나를 저주하거나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었다. 사악한 요괴는커녕 하나같이 억울하게 죽어 간 이 땅의 백성이었다. 절절하게 맺힌 한과 설움으로 구천을 맴돌고 있는 백성들이 너무 불쌍하여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든 도와줄 사람을 찾으려 했으나 방도가 없었다.

...

산아, 혹여 네게도 사특한 것이 보이고 들리거든 너무 두려워하지 마라. 이 아비가 네 곁을 지키며 혼을 다하여 도와주마. 그리하여 산 백성뿐 아니라 죽은 백성까지 보듬는 희세의 성군이 되기를, 이 아비가 바라고 또 바란다.

죽을 망, 놈 자, 천거할 천, 법도 도.

망자천도...

지난 며칠간 겪은, 여기저기 흩어진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순간!

정조는 답을 찾게 됩니다.

'망자를 천도하려면 벼리와 같이 특별한 능력을 갖춘 인재가 더 필요하다. 억울한 원혼은 좋은 곳으로 보내고, 지은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내릴 수 있는 조직이어야 할 테니, 과인의 손과 발이 되어 은밀하게 죽은 백성까지 살피는...... 암행어사?' - page 27

그리하여

죽은 이를 보는 아이 '벼리'

각종 무술에 능한 장사 '백원'

말보다 더 빠른 미소년 '광탈'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

으로 조직된 '요괴어사대'를 결사하게 됩니다.

"가라. 과인의 눈과 귀가 되어 요사스럽고 괴이한 일을 살펴라. 과인의 수족이 되어 죽어서도 떠도는 이들을 구하라!" - page 63

조선 땅 곳곳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찾아다니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가족들에게 희생당한 반쪽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체를 거두다 억울하게 죽임 당한 승려, 동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처녀 귀신, 그리고 양반에게 협박받다 살해당한 기생 등 소외된 자들이 요괴로 남아 버린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그들.

하지만 그들의 행보는 이번으로 끝나지 않음에 이 느낌이 끊기지 않도록 빨리 다음 권이 나왔으면 합니다.

역시나 '설민석'이었습니다.

어느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흡입력에 무엇보다 이토록 세련되고 매혹적으로 K-요괴들을 그려낼 수 있는 이는 그밖에 할 수 없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행보도 멋졌지만 그 누구보다 정조의 모습이...

"전하께서는 미천한 저희도 그분 못지않게 이질적인 존재입니다. 그런데 아무렇지 않게 받아 주셨지 않습니까?"

벼리가 살짝 고개를 수그리며 마저 말했다.

"임무를 완수하라는 부담도 주지 않으셨고요."

항상 무사히 다녀오라고만 했다. 정조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네 말은 기특하나 한 가지 틀린 게 있다."

정조는 눈을 동그랗게 뜬 벼리에게 한없이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희는 미천하지도 이질적이지도 않은, 나의 백성이고 자식이다." - page 249 ~ 250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왕 정조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간만에 권선징악의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던 판타지 소설을 만났습니다.

우리의 설화 속 요괴들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소개되고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다음에는 어떤 이들이 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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