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항에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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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최갑수'.

따스한 봄바람과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정말 큰마음 먹지 않는 이상은 떠날 수 없기에 책으로나마 그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제목부터 '참 좋다~'라며 마냥 기대고팠던 이 책.

무엇보다 믿고 읽는 최갑수 작가님이기에 귀 기울여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은 당신을 더 깊은 생으로 안내할 것이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오랜 여행자가 들려주는 삶의 매혹과 슬픔 그리고 비밀

밤의 공항에서



제가 책을 읽는 시간이 밤이기에 더 그랬을까.

그 시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에 작가의 감성이 더해져 가슴 뭉클해짐에...

쉬이 페이지를 넘기는 것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쉼(,)의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었습니다.

여행과 삶에 관한 75편의 산문.

여행 같은 삶에서,

삶 같은 여행에서

조용히 응시한 풍경의 내면과 그 앞에 선 그의 감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저 역시도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들여다보게 해 주었습니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음악을 듣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외로워서잖아. 외로워서 페이스북을 하고, 외로워서 요리를 하고, 외로워서 건물을 짓고, 외로워서 당신을 만나는 거지. 외로워서...... 그런데도 우린 왜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거지? 어제보다 오늘, 우리는 더 외로워진 거지?

빈 맥주잔을 내려놓으며 중얼거린다. '산다는 건 점점 고독해지는 일인것 같아'. 이 세상 구석에 버려진 자전거가 된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내 얼굴은 언제나 유리창 너머의 풍경처럼 뿌옇다. - page 15

행복과 슬픔, 외로움과 그리움, 위로...

저자는 덤덤히 그 모든 게 삶이요, 그러니 무던히 살아가자 라 외치는 듯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다는 건 익숙해지는 일입니다. 하루는 저물게 마련이고, 아침이면 다시 날이 밝습니다. 저무는 것도, 환해지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저무는 것도, 환해지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건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시간은 공평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1년마다 한 살씩을 던져줍니다. 지금 이해를 못한다면 나중에 이해할 날이 오겠지요. 안 오면 또 그뿐이고요. 우리가 이해하는 것이 우리를 이해할 것이고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 우리를 사랑할 것입니다. - page 41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쉼 없이 출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었고 또 어딘가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공항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인생에는 그다지 좋은 일도 없고 그렇게 나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에게 일어날 만한 일만 일어난다. 조금만 애를 쓰면 그럭저럭 극복하며, 즐겨 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또 인생인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 아닐까 하며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커피를 마셨다. - page 167

이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는 차마 책을 덮지 못하였습니다.

이 페이지를 덮으면 그동안의 감성들을 깨우는 새벽녘이 다가오면서 다시 나로 돌아갈 것 같기에...



아마도 내가 바랬던 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거창하게 힘내자! 사랑하자! 위로한다!는 것보다 묵묵히 토닥여주는 것.

저자의 이야기는 저에게 그렇게 다가왔었습니다.

우리 인생이 지독하게 외롭고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한다는 그의 말.

밤의 공항에서 건넨 인사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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