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직지심체요절》이 파리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표하며 자국의 국보가 반환되어야 한다고 소유권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인류의 문화적 성취라는 지위만큼은 변함없음을 가슴에 꼭 새겨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놀랐던 《돈키호테》 이야기.
그저 기사도 소설의 희극적 패러디라 여겼던 이 작품이 근대 소설의 효시라는 중요성 외에도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과 꿈과 현실의 조화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울림을 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문학사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세르반테스는 기사도 소설의 형식을 가져와 비트는 방식으로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 먼저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복잡하지만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로 만들어내며, 사건뿐 아니라 등장인물의 복잡한 심리와 풍부한 내면을 표현한 것이다. 세르반테스는 르네상스 예술가에 비견되는 문학적 업적은 남겼으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자의 이름 없이 소비되던 시시한 유흥거리에 불과했던 소설에 깊이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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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는 독자에게 진실과 미덕의 본질에 대해 고찰하고,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의 의지로 삶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그만큼 서양 문학의 중추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의에 그치지 않고 세르반테스는 이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후 수 세기 동안 다른 어떤 문학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현대적인 문학 형식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 page 160 ~ 161
이 의미를 되새기며 다시 《돈키호테》 책을 펼쳐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해리엇 제이콥스가 익명으로 발표했던 자서전 《린다 브렌트 이야기》.
저자 제이콥스는 작중 린다 브렌트라는 이름으로 노예로서의 시간과 자신과 아이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고 하는데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그녀의 외침.
"독자들이여, 내가 겪은 고통을 털어놓고 나를 향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고통받고 있는 내 자매들을 향한 연민의 불꽃을 밝히기 위해서다."
억압받는 이를 대변하는 작가의 목소리.
지금도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사회가 나아지고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자세를 가져야 함을 다짐해 보게 되었습니다.
'책'이라는 묘한 매력을 지닌 매체.
칼 세이건도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천년을 가로질러, 작가는 분명하면서도 조용히 당신의 머릿속에서 직접 말하고 있다. 글쓰기는 아마도 서로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한데 묶어주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일 것이다. 책은 시간의 족쇄를 끊는다. 책은 인간이 마법을 행할 수 있다는 증거다.
인류사의 빛나는 발명품인 '책'.
오늘 제 손에 들려있는 책도 언젠간 역사의 한순간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
설렘 안고 책을 맞이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