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심히 하는 후배를 응원했을 뿐인데...... 왜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는 걸까. 마루야마 군하고는 일 이야기 정도밖에 안 했는데 말이야."
"그런 사람이 있어. 뭐든지 연애와 연결시키는 사람."
"난 연결시키기 싫은데." - page 21
연애를 하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는 세상에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끼던 '고다마 사쿠코'.
본사 영업전략과 소속인 그녀의 업무는 가게 앞에 진열할 부식품 및 계절별 세트 상품과 기획 행사를 준비합니다.
그렇기에 한 달에 한두 번 여러 지점을 돌아다니며 살펴보곤 하는데 어느 날 자주 가는 청과 코너의 멋진 문구와 질서 정연한 배치에 사고방식이 재미있고 멋진 사람일 거라 생각하게 됩니다.
"아, 혹시 다카하시 씨가 채소 매장에 채소를 진열하시나요?"
"네, 뭐." - page 13
그의 일솜씨를 칭찬하는 모습을 옆에서 바라본 선배는 사랑에 빠진 거냐며 놀려대고 사쿠코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본체만체하고, 다카하시 씨가 카트를 밀고 자리를 뜨려는 찰나였다.
"아참." 갑자기 멈춰 선 다카하시 씨가 예쁜 눈동자를 내게로 향하며 말했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
"사랑하지 않는 사람."
"엥?" - page 16
이 말에 감명받은 사쿠코는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날갯빛 양배추의 에이로 일기'라는 블로그로부터 '에이섹슈얼'과 '에이로맨틱'의 개념을 알게 되고
에이섹슈얼은 성적 지향 중 하나로 남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에이로맨틱은 연애적 지향 중 하나로 남에게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연애와 성적 감정을 별개로 보고, 둘 중 어느 면에서도 남에게 끌리지 않는 경우는 에이로맨틱이자 에이섹슈얼이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을 '에이로맨틱 에이섹슈얼', 줄여서 '에이로에이섹'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의와 표기법, 당사자에게도 다양성이 존재합니다.
마치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같아 기뻐하며 블로그 주인을 찾게 되는데...
어?!
"다카하시 씨!"
"엇, 왜 그러시죠?"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다카하시 씨의 가슴께와 블로그 사진을 다시 비교했다. 역시 완전히 일치한다.
"어, 진짜로...... 날갯빛 양배추 님"
다카하시 씨는 날갯빛 양배추라는 블로그 이름을 들은 순간, 유난히 표정이 흐트러졌다. 동요해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숨만 내쉰다.
"역시 날갯빛 양배추 님이었군요!" - page 46
그에게 지금 자신이 처한 사정-친구와 룸메이트 하기로 했는데 취소가 되고 그렇다고 혼자 있고 싶지는 않기에-을 이야기하며 일생일대의 큰 제안을 하게 됩니다.
"......저와 가족이 되지 않으실래요?"
"네?"
"......저랑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지 않으시겠어요?" - page 56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들의 동거.
과연 두 사람은 앞날은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이들의 동거 생활은 주위에 파문을 일으키게 됩니다.
특히 부모님의 입장에선 '평범'하지 않기에 당황스러워하며 불편해하셨지만...
"가족이란 말이야, 가족 한 명 한 명의 '어떻게 하고 싶다'와 '어떻게 해주고 싶다'가 항상 부딪치는 관계라고 엄마는 생각해. 실은 부딪칠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부딪치기 십상이지."
평소의 '뭐든지 단정 짓고 이야기를 진행하는 엄마'는 거기 없었다.
"지금도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으면 싶어. 그게 엄마가 아는 행복이니까."
그것이 엄마에게 '보통'이라는 건 나도 안다. 말을 끝맺고 나서 작게 한숨을 쉰 후, 엄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드는구나...... 연애하지 않는 길을 선택해도 상관없다고."
"엄마?"
"대신에 엄마가 모르는 형태의, 연애를 뺀 행복을 단단히 붙잡으렴. 엄마는 그저 네가......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야." - page 294
그동안 '보통'의 삶에 대해 우리는, 아니 나도 뭐든지 단정 짓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우리가 보통이라 여겼던 삶은 행복해지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였음에 이들을 통해 저 역시도 제 안에 갇혀있던 틀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연애 감정을 품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그게 행복한 사람도 있다. 나처럼 누군가와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도 있다. 파트너가 동성인 사람도 있고 이성인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세상에서는 희한한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 page 212
당연함이 차별이 되고 편견이 되는...
이제는 다양성을 인정해야 함이, 이 역시도 당연한듯한데 또다시 되새겨봅니다.
소설이 이 정도였으니 드라마 역시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