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랑 (리커버)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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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님의 인터뷰집을 좋아하면서 조금씩 찾아 읽어 보는데...

그래서 이 책도 구입을 했었고...

그냥저냥 있다가......

이제야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지금 인연이 닿아서였을까...?!

(라고 묵은지로 만든 제 자신에게 타당성을 부여하는...)

이슬아 작가는 지금처럼 연재노동자로 살기 전부터 수년간 '글쓰기 교사'로 일해왔다고 하였습니다.

꼬마부터 청소년, 남중생,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글쓰기 교사로 일했던 글방에 온 제자들의 빛나는 문장들부터 그들에게 전한 '글쓰기의 비밀'등 그곳에서 펼쳐질 알콩달콩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매일 쓰는 몸과 마음의 힘 <일간 이슬아> 작가의 글방 이야기

부지런한 사랑



아이들의 문장이 실로 놀라웠습니다.

어른의 시선으론 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했던 감각들을 적어내려감으로써 저도 마치 그 느낌을 마주하게 되고 설득당하게 되면서 새로운 감정을 맞이하게 됨을.

그렇기에 '글을 쓴다'라는 것의 의미도 다시 되짚어보게 되었고...

우리는 글쓰기의 속성 중 하나를 알 것 같았다. 글쓰기는 게으르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여러 편의 글을 쓰는 사이 우리에게는 체력이 붙었다. 부지런히 쓸 체력과 부지런히 사랑할 체력. 이 부드러운 체력이 우리들 자신뿐 아니라 세계를 수호한다고 나는 믿는다.

아이들도 나도 글을 쓰며 간다.

모두가 처음 맞이하는 미래로. - page 7

종이 위에 자기만의 표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글투'.

그 글투에 대해...

말하는 사람 모두에게 말투가 있듯 글 쓰는 사람 모두에게 글투가 있다. 글투는 문체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는 표정'이기도 하다. 과제에서 이름을 지워도 글쓴이의 표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물론 이 표정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각자 타고난 얼굴이 있긴 하지만, 어떤 작가들을 흡수하느냐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나도 글투를 미세하게 재형성하며 글을 써나간다. - page 136

아이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 글들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런 작업이 글쓰기의 가장 좋은 점일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지나친 남의 혼잣말조차도 다시 기억하는 것. 나 아닌 사람의 고민도 새삼 곱씹는 것. 아이들이 주어를 타인으로 늘려나가며 잠깐씩 확장되고 연결되는 모습을 수업에서 목격하곤 한다. - page 72

서로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의 시선은 내 아이들에게 어떨지... 반성하게 되고...

무엇보다 이슬아 작가님의 따스한 코멘트들도 감동이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선생님이 있었다면...

지금의 나도 성장하지 않았을까......

(아니, 지금과 같을 수도 있겠지만...)

글쓰기가 두려운 저에겐, 그래서 더 책을 찾아읽고 미흡하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보며 성장하고자 합니다.

(또다시 자기 고백의 시간이라니...)

마지막 <접속사 없이 말하는 사랑>이 인상에 남곤 했는데...

이 글도 그렇지만 저도 접속사를 꽤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접속사들이 없어도 이야기가 될까...?



서로 충돌하는 듯한 문장들이 마구 섞여 있다. 누군가는 같은 내용을 아래와 같이 말했을 수도 있다.

"그 사람은 날 너무 잘 알고 넘치는 사랑을 준다. 하지만 때로는 깊은 상처를 남기며 날 지옥에 던져놓는다."

이 노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사랑은 천국과 지옥을 예기치 못하게 넘나드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나를 살아가게도 하고 헷갈리게도 하며, 날 가지고 노는 동시에 내가 이겨나가도록 도와준다.

동시에 성립되지 않을 것 같은 두 가지는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심지어 충돌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것이 사랑의 복합성이라고 느낀다. 저이 동시다발적인 복잡함에 대해 말하는 게 문학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예술들은 모두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그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 page 278

무분별하게 써왔던(?) 접속사들을 지우는 연습.

섣불리 확정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보았습니다.

(아직은 잘 못하겠지만...)

저도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아이의 글쓰기를 제 나름의 기준으로 봐주었기에 허투루 읽어내려갈 순 없었습니다.

무던히 써 내려간 글이겠지만 그 속엔 따스한 애정이 있었고 어른인 저에게 충고 아닌 충고도 있었습니다.

만약 그전에 읽었다면...

쉽게 지나쳤을 내용들도 가슴에 와닿았고...

가볍게 읽고자 했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뭉클하고도 가슴 찡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내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함이 부러웠기에, 나의 어린 시절의 아쉬움이 남아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도 이슬아 작가님에게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갬성!

그 선택은 탁월하였고 또다시 작가님의 다른 이야기도 듣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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