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다!' - page 7
새벽, 최한기가 눈을 뜨는 순간!
붉고 푸른 불길이 뱀처럼 방 안을 흘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순간, 부모님이 떠올랐던 한기.
의식은 일어섰지만, 몸은 여전히 이부자리에 누워 있는...
"요, 요괴다!"
"한낮에 요괴가 나타났다!"
"이 집에 불을 낸 불 요괴일까?" - page 11
잿더미 요괴는 다름 아닌 한기였습니다.
겨우 집에서 빠져나온 그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한성요괴상점으로 달려가지만, 이미 상점은 쑥대밭이 되었고 부모님의 행방은 묘연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납치된 것일까...?
아니면 죽임을 당한 것일까...?
어머니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말을 힌트 삼아 매화나무 아래에서 청동 함을 발견한 한기.
한기야. 네가 이 서신과 《요괴화첩》을 찾았다면 우리에게 위험이 닥친 것이겠지. 그리고 나와 네 어머니는 모습을 감춘 후일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될 고단한 여정에 너를 데려갈 수 없는 우리를 용서하거라.
너를 위해 《요괴화첩》을 남긴다. 너는 지금부터 《요괴화첩》에 실린 열두 마리 요괴를 잡아 화첩 속에 봉인하여야 한다. 《요괴화첩》을 완성한다면 제아무리 강한 요괴도 너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감히 천하제일인이라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이리 만든 원수는 인간인지 요괴인지 신령인지 알 수 없다. 그의 허벅지에 북두칠성 모양의 푸른 점이 있다는 것만 알려주마. 그러나 《요괴화첩》을 완성해 천하제일인이 되는 때를 기다려라. 천하제일인이 될 때까지, 복수는 결코 마음에 두지 말거라. 한성요괴상점을 부탁하마. 외할아버지께서 물려준 정의봉이 너를 지켜줄 것이다.
열두 마리의 요괴를 잡아 화첩에 봉인할 때까지 복수에 나서지 말라는 당부가 담긴 아버지의 서신.
한성요괴상점의 새 주인이 된 최한기는 아버지의 당부대로 요괴화첩을 완성하고 부모님의 원수를 찾아 복수할 수 있을까...?
"한시바삐 원수를 찾아내서 복수해야겠어요." - page 21
두억시니, 무두귀, 귀구, 금저, 청목자 등.
어쩌면 낯설었을 이 요괴들이 저에겐 왜 이리 친숙할까요.
하지만 만화에서와는 달리 외모가... 잔인함이...
그럼에도 다들 사연이 있기에 마냥 미워할 수 없고...
"용손이 조선을 접수하려는 거지." - page 272
한국형 요괴와 함께 옛 한성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조선 활극!
그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건 어떨지.
이것이야말로 '페이지터너'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소설.
와!
재밌다! 흥미롭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직접 읽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음에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읽어보길 권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요괴라서 그럴까.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뭔가 느낌적인 친숙함이...
특히 흑백요괴 '고산자'로부터
"허면 사람이 특별히 부러울 게 없을 거 같은데?"
최북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고산자가 느릿느릿 수줍게 입을 열었다.
"함, 함, 함께 있는 거요."
"뭐라 했느냐?"
"함께 사는 거요. 함께 자고, 함께 먹고, 함께 놀고, 함께 일하는 거요."
최북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너도 한기랑 자고, 먹고, 놀고, 일하지 않느냐? 또한 형이라 부르고."
"고, 고산자는 요괴예요."
...
"귀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신경 쓰지 않는 이가 귀신이며, 나를 신경 쓰지 않는 이에게 내가 귀신이란 뜻이다. 요상하고 기이한 요괴란 뜻도 마찬가지다. 요괴가 따로 있고 인간이 따로 있고 신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으로부터 멀리 있으면 요상하고 기이한 존재, 요괴이며, 마음이 진심으로 믿고 바라면 신령스러운 존재, 즉 신이 된다. 더 쉽게 이야기해주랴?"
"네."
고산자는 침을 꿀꺽 넘겼다.
"내가 모르는 습관으로 생활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시베리의 원주 부족은 내게는 먼 존재, 즉 요괴이지만, 내 아들의 동생이자 이 요괴상점에서 함께 사는 귀여운 판다 고산자는 내게 요괴가 아니라 식구라는 거다." - page 376 ~ 378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요괴가 따로 있고 인간이 따로 있고 신령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서로 마음이 진심으로 믿고 바라면 '식구'임을.
(그래서 신비아파트의 '신비'라는 도깨비도 하리와 두리, 그들의 친구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것임을, 만화도 이런 의미를 내포했다는 사실에 놀라웠었습니다.)
"흠, 역시 이걸로 끝이 아니구나."
"물론이에요." - page 430
이들의 행보가 또다시 이어지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