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나는 장의사처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죽음을 다룬다. 상을 당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슬픈 표정으로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고, 혼자 있을 때는 노련한 장인이 된다. 나는 죽음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죽음을 다루는 비결이라고 옛날부터 생각했다. 그것이 법칙이다. 죽음의 숨결이 얼굴에 닿을 만큼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게 하면 안 된다. - page 12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다 읽고 나서도 이 문장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남았던...
아무튼!
지방 신문사 <로키 마운틴 뉴스>의 살인사건 전문기사 '잭 매커보이'.
어느 날 갑자기 쌍둥이 형이자 베테랑 형사 '션'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됩니다.
유서 한 줄만을 남긴 채...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
살인사건 전문기자인 잭은 형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선 형 얘기를 기삿거리로 점찍고 있었기에 경찰관 자살에 관한 기획기사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어쨌든 나는 그 미끼를 물었다. 그리고 그 뒤로 내 삶의 모든 것이 변했다. 누구의 삶이든 세월이 흐른 뒤 회고를 해보면 삶의 지도를 분명히 그릴 수 있듯이, 내 삶은 그 한 문장과 함께, 내가 슬렌에게 형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한 그 순간에 변해버렸다. 그때 나는 죽음에 대해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다. 악마에 대해서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 page 42
션은 놀이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대학생 테레사 로프턴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 애썼지만 범인을 찾을 길이 없자 좌절 끝에 자살을 했다는데 뭔가 석연히 않았던 찰나.
그의 유서 한 줄이 '에드거 앨런 포의 시'에 등장한 것임을 밝히게 됩니다.
그리고 전국의 경찰관 자살사건을 조사하면서도 포의 시가 발견되면서 이는 자살을 가장한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됩니다.
'엽기적인 성범죄 살인사건 담당 경찰관의 스트레스성 자살'이라는 특징.
이 사실을 토대로 FBI와 함께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시인."
"뭐라고요?"
"우리가 범인을 부르는 이름이에요. 특별수사팀이 가동되면 항상 암호명이 붙거든요." - page 279
시인이라 불리게 된 범인.
범인은 조금씩 과감히 이들 앞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던, 호흡조차 가빠질 만큼 짜릿한 공포와 반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이 매력적이었던 점은 포의 시를 토대로 연쇄살인범의 심리이자 잭의 마음이 그려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워낙 유명하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1인이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왜 그의 시가 회자되는지 이유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범인의 정체는 소설 초반에 등장하기에 뭐... 이 정도는? 이란 생각으로 읽었지만 오히려 사건의 전모를 쫓다 보면 더 충격적인 진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됩니다.
와아...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해준 일을 너한테도 해줄 거야. 시인에 대해 알고 싶다고 그랬지? 이제 곧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전부. 직접 경험으로. 내가 선택한 사냥감이 바로 너였어. 그 팩스 내용 기억 나? 내가 이미 사냥감을 선택했고, 사냥감이 내 시야에 들어와 있다고. 그게 너였어, 잭. 처음부터 죽." - page 666
이 소설은 마이클 코넬리의 크라임 스릴러 '시인' 3부작 중 하나라고 하니...
나머지 작품들도 시간이 된다면 읽어보아야겠습니다.
꼭!
하지만 아직은 읽어야 할 책들이 많기에 잠시 보류를...
아무튼 개인적으로 두 권의 책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와 『시인』 중 어떤 책을 더 추천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시인』이라 하겠습니다.
짜임새로 좋았고 책을 덮고도 짜릿함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다음엔 어떤 책을 읽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