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니타 프로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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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글을 읽으면서 솔직히 짜릿했습니다.

'메이드'라는 직업.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더 궁금했던 이 소설.

빠르게 읽어보았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볼 수 없지만, 그녀는 당신을 봅니다.

당신의 비밀, 더러운 치부까지도... 그녀는 호텔 메이드입니다.

"사회적 약자가 빛나는 순간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경쾌하고 위트 있는 소설"

메이드



책장을 펼치면 우선 만날 수 있는 <프롤로그>.

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메이드.

하지만 나는...?!



오성급 리전시 그랜드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하는 스물다섯 살의 '몰리 그레이'.

그녀는 소통 장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엔 따돌림당하기 일쑤였고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이가 바로 '할머니'였습니다.

상대의 행동에 담긴 뜻을 읽어내는 능력이 매일, 모든 면에서 좋아지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주시던 할머니.

할머니는 "남의 생각은 신경 쓰지 마라. 중요한 건 네 생각이야"라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사람은 자신의 도덕률에 따라 살아야지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서는 안 된다. - page 16

하지만 몇 개월 전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혼자가 된 몰리.

이젠 혼자서 이 복잡하고도 고단한 삶의 여정을 헤쳐 나가야 합니다.

몰리는 메이드로서의 일을 사랑합니다.

할머니가 늘 말씀하시듯

"네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넌 평생 하루도 일하는 게 아니야." - page 13

처럼 남들에겐 하찮은, 눈에도 띄지 않겠지만 매일의 일이 자신에게는 즐거움이었고 이 일은 천직이었습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을 하던 어느 날.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유명한 기획자이자 재계의 거물, 재력가인 '찰스 블랙' 회장.

찰스 블랙 씨와 그의 두 번째 부인인 지젤 블랙은 리전시 그랜드의 오랜 단골이었습니다.

시내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매달 적어도 일주일은 호텔에 머물던 그.

아침에 블랙 씨의 펜트하우스에 들어가 구석구석을 청소했습니다.

지젤이 들어가 있는 욕실만 제외하고.

오후가 되어 다시 블랙 씨의 욕실을 청소하러 들어갔습니다.

몇 시간 전 자신이 떠났을 때와 달리 깔끔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방.

메이드의 일은 끝이 없구나. - page 23

아무래도 스위트룸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청소해야 할 듯해 뒤쪽에 있는 침실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흰색 플러시 가운이 문지방 바로 앞에 떨어져 있고 블랙 씨가 침대에 등을 댄 채 누워 있었습니다.

가슴 포켓에 꽂았던 종이가 사라져있고

침대는 오랫동안 뒤척인 듯 헝클어져 있으며

네 번째 베개가 사라지고

신발 두 짝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

그리고

"안녕하세요. 전 손님이 아니에요. 원래 도움을 청하는 전화는 잘 하지 않아요. 전 메이드 몰리예요. 지금 스위트룸 401호에 있는데 좀 특이한 상황에 처했어요. 여기 아주 엉망이에요."

"왜 여기로 전화했죠? 방이 어질러졌으면 하우스 키핑 부서로 연락하세요."

"제가 메이드라니까요." 나는 언성을 높였다. "스노우 씨한테 연락해서 이 스위트룸에...... 영원히 일어날 수 없는 손님이 있다고 전해주세요."

"영원히 일어날 수 없다고요?" - page 26 ~ 27

찰스 블랙의 죽음으로부터 몰리는 목격자가 아닌 용의자로 의심을 받게 되고 사회성이 부족해 늘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던 몰리는 그저 메이드일 뿐이었는데 그녀가 무엇을 알겠는가?

다행히 그녀 주변 지인들이 블랙 씨의 사인을 밝혀줄 단서들을 찾아주면서 진범을 찾아내기 시작하는데...

'때가 됐다.'

사회적 약자였던 몰리에 대한 편견과 차별.

그런 그녀에게 응원해 주셨던 할머니가 있었기에,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던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사건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니 지금의 우리가, 아니 내가 가지고 있던 색안경, 시선에 대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준비됐어요."

"할 수 있어요, 몰리." 샬럿이 말한다.

"우린 널 믿는다." 프레스턴 씨가 덧붙인다.

후안 마누엘은 내게 엄지를 들어 보인다.

모두 나를 신뢰한다. 나를 믿고 있다. 확신이 없는 사람은 나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너도 할 수 있어.' - page 310

"아마 형사님은 저에 대해 속단하셨을 거예요. 저에게서 형사님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특정한 반응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고, 그 반응이 나오지 않자 절 유죄라고 짐작하셨어요(assume). 형사님과 절 바보로 만드셨죠(ASS out U and Me)."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그녀가 말한다.

"할머니는 늘 살다 보면 배우게 된다고 하셨어요. 다음번에는 형사님도 함부로 짐작하지 않으실지도 모르죠." - page 369

이렇게 끝났다면 조금은 밋밋하다고 느꼈을 텐데 마지막 반전은!

소름보단 시원한 사이다처럼 짜릿함이 느껴졌었습니다.

강자와 약자.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음을 보여주었던 이 소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도 일러주었던 편견과 차별 속 현실을 극복하고 상대적 평등을 보여주었던 그 희망의 메시지를 떠올리며 우영우 변호사가 첫 재판 진술 전 외쳤던 그 대사를 적어볼까 합니다.

모든 진술에 앞서 양해 말씀드립니다.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어 여러분이 보시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사랑하고 피고인을 존중하는 마음만은 여느 변호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도와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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