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의 아파트 모든 공간에 그녀의 손길이 닿아있었습니다.
손수 그린 그림, 직접 바느질하고 뜨개질한 침대 시트, 오랫동안 모아온 예쁜 그릇들.
따스함과 정겨움이 느껴졌던 이 공간이 무척이나 특별해 보였습니다.
혼자 밥 먹을 때 쓰는 그릇은 바로 꺼낼 수 있도록 부엌 싱크대 위의 찬장에 넣어둡니다. 적게 먹는 편이라 조금만 담아도 에쁜 작은 그릇이 대부분이에요.
대충 자른 어묵도 마음에 드는 그릇에 담으면 훌륭한 반찬처럼 보인답니다. 눈이 즐거우면 배 속도 마음도 만족스러워지는 법이지요. - page 58
버림받은 작은 천 조각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직접 만드는 즐거움 중에 하나예요. 컵 받침이든 마스크든 일상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보람이 있죠.
주로 저녁을 먹고 나서 바느질을 해요. TV를 보면서 2시간 정도 짬짬이 하는 바느질은 나만의 힐링 시간이죠. 손을 움직이며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보는 기쁨이 크답니다. 마감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바느질하는 시간을 즐깁니다. - page 145
그렇다고 마냥 소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속에서도 레몬식초와 같은 특별함이 더해져 그녀만이 그려낼 수 있는 낭만이 엿보이곤 하였습니다.
요리는 간단한 것이 좋지만 음식 만드는 수고를 즐길 줄도 알아요. - page 89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가고 싶은 곳에 못 간 적은 없어요. 일단 가서 친구를 사귀면 되니까요. 친구를 사귀지 못하더라도 여행의 목적인 영국의 시골, B&B, 펍을 즐길 수 있다면 만족스러운 여행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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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떠나면 불안하지만 저는 호기심이 불안감을 밀어내는 편이에요. 일단 뛰어들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니까요. - page 175
나이가 들면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들고 힘에 부칠 테지만 그녀는 나이 들어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모습은 저에게 큰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완벽함에 집착하지 않고 적당히도 괜찮다
고 알려주신 그 가르침 새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