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날씨.
선체는 색색의 휘장으로 휘감았고 갑판엔 온갖 문양의 깃발들이 꽂혀 있었습니다.
동, 서, 남, 북을 가리키는 네 개의 창.
잔인하게 살해된 어린아이 시체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여자아이.
"얘, 괜찮니? 너 이름이 뭐야?" - page 9
넋이 나가 있는 여자아이의 주먹에 우주함대 선장 면허증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아이의 생년월일과 이름이 적혀 있었고
<02.10.09 ㅁ시호>
좁고 마른 여자아이의 등판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갑판에 죽어 있던 여자아이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시체꽃 문신이었다. - page 10
범인은 무슨 이유로 시호의 동생을 잔인하게 죽이고 시호 등판에 끔찍한 문신을 새긴 것일까?
어느덧 시간은 흘러 시호는 강력팀 형사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잡히지 않은 범인들.
왜 동생을 처참하게 죽어야 했으며, 그 모습을 왜 자신의 등에 새긴 것인지 미치도록 알고 싶었기에 전국의 사찰과 타투숍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는 자가 없기에 스스로 자신의 문신과 똑같은 문신을 새기는 라플레시아 걸로 범인들을 추적하던 중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시체에 얼굴이 없는, 아니 누군가 얼굴을 곤죽이 되도록 두들겨댄 끔찍한 살인사건.
피해자의 왼손 손바닥에 산스크리트어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다섯 개의 꽃잎을 붉은 산스크리트어로 채워져 있기에 공부를 했던 시호.
'옴 마니 반메 홈'
'관세음보살 본심미묘 육자대명완진언' 줄여서 '관세음보살 진언' 혹은 '육자진언'.
"종교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세요?"
"글쎄, 그건 자네들이 알아내야 하는 거고." - page 29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이비 종교 단체의 어둡고도 더러운 진실이 밝혀지고 조금씩 자신이 알고자 했던 시체꽃 문신의 비밀도 파헤쳐 가는데...
잔인하지만 슬픈 이야기가 박진감 넘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하아...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은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가여웠습니다.
그렇게 만든 가정, 사회...
그들을 향한 손가락의 나머지는 우리의 책임이었음에.
"나 진짜 자존감이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있었어. 근데 여기 다니고 나서부터는 확 달라졌어. 나한테 관음교는, 이제 믿음의 문제가 아니야. 친구고 가족이고 연인이야."
나도 그랬다. 여기 있으니 돈을 벌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엄마 일을 거들어주지 않아도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았다. 외롭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안겨 있는 기분이었다. - page 77
시호는 사건을 마주하면서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부분을...
자꾸만 되뇌게 되는 건...
살인은 살인으로 갚으면 안 된다. 하지만 나는? 동생의 배를 가른 놈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리고 그렇게 한 이유가 순전히 누군가의 목숨을 연명해 보겠다는 어리석은 믿음에 의한 것이었다면? 과연 그놈들을 용서할 수 있을까? 과연? - page 233
답을 내릴 수 있을까...
진정한 용서가 있을 수 있을까...
씁쓸하기만 하였습니다.
여전히 어디선가는 활동하고 있을 사이비 단체.
이들에 대한 규제법 제정이 필요함을, 그전에 사회가, 가정에서의 주변인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