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지키는 아이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김정화 옮김 / 꿈꾸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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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보다 제가 더 좋아했던 『전천당』.

『전천당』의 작가이자, 어린이 판타지 문학에 독보적인 작가 '히로시마 레이코'가 이번엔 청소년 독자에서 성인 독자까지 아우를 수 있는 판타지를 선보였습니다.

두말할 필요 없이 읽어보았습니다.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애처로울 수가...

목숨이 다하지 않은 한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신과 함께 자유를 갈망하는 한 소녀의 너무도 아름답고

너무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시작된다.

신을 지키는 아이



고향을 떠난 지 여드레.

아침부터 밤까지 아저씨를 따라 줄곧 걷기만 한 열두 살 소녀에게는 몹시 힘든 여행이었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나게 됩니다.

빨간 기와지붕이 여러 개 있는 성처럼 거대한 저택.

"저기가 아고 저택이야. 이제부터 네가 신세를 지게 될 곳이지. 이제 조금만 참고 기운 내거라." - page 9

끼기기 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문이 열리기 시작하고

"왜 이리 늦었나?"

"송구하옵니다. 눈이 발길을 붙잡아서요. 하지만 이 아이는 아주 당찹니다. 여기 올 때까지 우는소리 한마디 안 하더라고요. 어르신이 원하시던 강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역시 거친 땅에서 자란 아이를 고르길 잘했군. ...... 주로, 자네는 물러나게. 이 아이에게 할 말이 있네." - page 14

열두 살의 치요는 이제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어떤 분의 수발을 들고 이야기 상대를 해 드리면 되는 일인데, 그 어떤 분이 바로 아고 집안을 지켜주는 보호신 '아구리코'.

별채 안 어두컴컴한 금줄 너머 아고 가문을 지켜주시는 보호신과의 첫만남은 아찔했습니다.

작은 소녀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올라 눈은 새빨갛게 불타오르고, 입은 귀까지 찢어지고, 날카로운 엄니를 내보이며 뿜어 나오는 격렬한 분노에 살갗으로 통증이 밀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시중을 들 수밖에 없음에 매일 별채로 찾아가고 아구리코도 조금씩 치요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별채를 나와 저택 부엌에서 일하는 '고마키'라고 하는 이로부터 아구리코를 '마음의 병을 앓는 아고 유사이의 여동생'이란 공주님으로 불리며 철저히 외부와 차단된 채 살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정말 이상한 일이지. 아고 집안의 안사람들은 누구보다 좋은걸 먹고, 의원이 항상 옆에 있고, 약도 다 있는데 말이야. 어떻게 된 건지 태어나기 얼마 전에 유산이 되어 버린다니까. 와카사 님도 벌써 두 번이나 유산을 했어."

갑자기 고마키가 목소리를 죽여 속삭였다.

"큰 소리로 말할 순 없지만 이 집에는 재앙이 내려져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무서운 일이 늘 일어날 수 있겠어? 아아 나도 느낀다니까. 여기는 무언가 있어. 아고 사람들을 미워하는 무언가가." - page 62

아구리코에게 따지듯 묻게 된 치요.

아구리코가 당했던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 치요는 아구리코가 그토록 원하는 아구리 숲으로 도망갈 수 있게 하기 위해 탈출 작전을 짜게 됩니다.

과연 치요와 아구리코, 이들은 아고 집안으로부터 탈출에 성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을까?

가슴 찡한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읽으면서 제 가슴이 참 먹먹하였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끝없는 욕심.

풍족해짐에 따라서 집안 사람들 마음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소용돌이치게 되었다. 그것은 다시 가난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자기들이 계속 풍족하게 살기 위해서는 아구리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아구리코는 사람이 아니다. 언젠가 자기들을 버릴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지 아구리코를 잡아둘 수 없을까? 그렇다. 영원히 잡아둘 수는 없을까? - page 69

추악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순수한 이들이 있었기에.

자신의 목숨 바쳐 살리고자 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사람이 사악한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간만에 '권선징악'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배신하지 않았던 히로시마 레이코의 이야기.

앞으로도 많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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