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병률 지음 / 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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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을 좋아합니다.

다정히 건네는 안부 인사에,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따스한 위로에 지치고 외로울 때면 그의 책을 펼쳐 읽곤 합니다.

그래서 전작 『혼자가 혼자에게』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내놓았을 때 얼른 구매를 하였지만...

뭐가 그리도 바빴던 걸까...

이렇게 시간이 흘러 이번에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읽게 된 것이 다행이었을까.

몸과 마음이 시렸던 요즘.

특히나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싱숭생숭했던 요즘.

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고 행복했습니다.

오래 만나세요.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최고의 기억을 담으세요.

중요한 건 사랑한 만큼의 여운일 테니.

그 여운으로 힘이 드는 건 아무것도 아닐 테니.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랑'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기에 더 어려운.

그럼에도 사랑은 사람의 일이기에 이끌리듯 하고 마는 것.

그렇게 사랑을 하다 보면 어느새 주인 되는 것.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되었다면 책을 덮으면서 '주인'이 되고자 했던 마음이 컸습니다.

갈 수 없는 곳에 도달할 수 있으며,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없으며, 그럼에도 시종 가슴이 울렁거리는 일, 넘치는 그것은 사랑이다. 그 길에 흐드러지게 꽃이 열리고, 귓가에 큰물이 굽이쳐 페달을 굴리고, 모든 시야에 걸려드는 사소함을 환각하는 일, 배고픈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을 배운 적이 없어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당신이 사랑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도, 세상은 사랑의 풍경을 보여주며 페이지를 넘긴다. 그러니까 당신아, 우리는 그 페이지를 따라 여행해야 하고, 그 길에서 나 자신을 에워싼 모두를 괴롭혀서라도 영혼을 다 소모할 수 있을 때만 이번 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주인공 말고 주인이. - page 49

45가지 사랑 이야기.

시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기에 더 애틋하게 감성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이야기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걸 당신은 모릅니다.

...

당신을 좋아하는, 바로 그 누군가가 당신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도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그 누군가는 그 대답에 맥이 빠졌지요. 그 사람이 지닌 사랑의 감정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치열했으니 막연히 행복이나 바란다는 말은 그저 나무늘보가 늘 하는 잠꼬대 같은 것으로 들렸을 테니까요. - page 87

짝사랑하는 이의 마음.

이에 대한 표현이 시적으로 다가왔던 이 문장들.

새 한 마리가 하늘을 장악할 수 있다면 과연 그 면적은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정확히 백 마리가 모여야 남쪽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아흔아홉 마리가 마지막 한 마리의 새를 기다리면서 먼 비행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한 마리가 보태져 무리가 완성될 때만 하늘을 한번 출렁, 흔들어놓을 수 있을 테니 마지막 한 마리가 차지하는 배열은 무대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 한 마리 새입니다. 한번 더, 당신 마음에 전부를 실어보세요. 그 무게로 당신 마음의 단단한 가죽이 찢어져 마음을 쏟아내게 될 겁니다. 그렇다고 흘린 것을 주워 담으려고 하지는 마세요. 저 푸르고 높은 하늘을 단숨에 가로질러 지금 얼른 그 사람에게 도착하세요. - page 89

직접적이지 않기에 더 표현이 풍부하게 해주는 시적인 비유.

사랑하는 일.

그 아름답고도 슬픈, 나아가 위대하고도 숭고함에 오늘 제가 가진 사랑은 작더라도 그 사랑에 기대어보려 합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미지근한 감정의 부스러기만을 건네려 할 때도, 어떤 힘있는 표현은 그 한 사람을 살게도 합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짧게 줄여진 말이나, 직접적으로 하지 않은 말들 속에는 마치 뭔가가 발견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우주가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사랑은 죽은 사람을 깨우기도 합니다.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을 정신 차리게도 하고, 제정신인 사람을 정신 못 차리게도 하는, 세상 모든 축제를 한데 몰아넣고 끓이는 용광로가 사랑인 겁니다.

그렇더라도 내 사랑은 작습니다. 비틀비틀 빛나는 별처럼 작습니다. 내 사랑은 말줄임표일지도 모르며, 직접 말하지 않는 그놈의 메타포 중독일 수도 있습니다. 단 한순간도 씩씩할 수 없어서 포스트잇에 몇 줄을 적어 건네지도 못하는, 그만큼 내 사랑은 작습니다. - page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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