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남동 가정집들 사이에 문을 연 평범한 동네 서점 '휴남동 서점'.
서점이 뿜어내는 은은한 분위기가 동네 사람들을 끌어들였지만, 이내 발걸음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 이유는 몸속에 피가 한 방울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처럼 하얗게 앉아 있는 '영주' 때문이었습니다.
주인이지만 마치 손님인 듯 어색하게 서점에 가만히 앉아 책만 읽는 영주.
그런 영주에게 민철 엄마의 이야기는
"병자였는데 병자처럼 굴면 안 되니까 더 힘들었던 거지. 아픈 걸 말하지 못하는 게 억울해서 밤마다 울었어. 만약 그때 나도 영주 사장처럼 맥없이 앉아 ㅅ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그러면 조금 더 빨리 울음을 그칠 수 있었을 거야. 나 정말 오래 울었어.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해. 마음이 울 땐 울어야 한다고. 참다 보면 더디게 나아." - page 16
민철 엄마 말처럼 몇 개월 동안은 자신도 모르게 자주 울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눈물이 흐르지 않았을 때 비로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려 하기보다 우선 휴남동 서점이 서점의 꼴을 갖추는 데 주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책도 늘고, 독서 모임도 생기고, 글쓰기 강의도 시작되면서 서점은 서점 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고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로부터 서점이 완성되게 됩니다.
저마다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이들이 모여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깨닫게 되는 이곳으로부터의 초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이 '서점'의 의미를 찾아보자면...
하루 중 이 시간만 확보하면 그런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우리 인간은 복잡하게 만들어졌지만 어느 면에선 꽤 단순해. 이런 시간만 있으면 돼. 숨통 트이는 시간.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 살아 있어서 이런 기분을 맛보는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시간. - page 195
그러자 갑자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휴남동 서점을 처음 찾은 날 받았던 느낌이었다. 왜 이런 느낌이 또 드는 거지. 정서는 이 집에서도 자기가 받아들여지는 것만 같다고 느끼는 자체가, 이 느낌을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놀라우면서도 슬펐다. 하지만 그녀는 이 슬픔이 좋은 슬픔이라고 생각했다.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던 건지 이 감정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 page 205
이런 시간을, 이런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다른 이와의 연대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서점'이란 공간이기에 저 역시도 서점을 찾는 이유였습니다.
책과 사람과 공간이 따스했던 휴남동 서점.
저도 그곳으로부터 직접적인 위로를 받아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