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의 시간으로부터 1년 반이 흐른 여름날.
우리의 불편한 편의점인 청파동의 ALWAYS편의점도 바뀌었습니다.
아들과의 불화로 답답해하던 선숙이 점장이 되었고 편의점을 팔자고 조르던 염 여사의 말썽꾼 아들 민식이 사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독고 씨의 자리를 채워주었던 곽 씨가
"점장님. 잠깐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
"예. 말씀해보세요."
"죄송하지만...... 제가, 일주일 뒤 그러니까 다음 주 목요일까지만 일하고 그만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 page 10
지난 1년 하고 수개월간 편의점의 밤을 지켜주었던 곽 선생.
그가 자신의 고향에 건물 경비 자리가 생겨 그리로 가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이 사장인 민식은 경영엔 관심 없고 수익 운운하며 주휴수당 같은 비용 줄이기에만 열을 올리기만 하는데 누가 이 편의점에, 그것도 밤 시간에 하겠다고 오겠는가!
그러던 중 하나의 이력서를 보게 됩니다.
이건 무슨 인간 알바몬도 아니고, 이력서 네 장이 꼬박 알바 경력으로만 채워져 있는 40대 사내 '황근배'.
"사실 한 명 지원하긴 했는데, 영 못 미더워서......"
"아잇! 한 명이면 이틀 사흘 못 끊잖아요. 5일 다 시키면 주휴수당 줘야 돼서 안 된다니까."
"그럼 누가 해?"
"가만, 그 지원자는 뭐가 별론데? 사람이 맹해요? 아님 삥땅 칠 거 같애?"
"그냥 좀 어리숙한 거 같아. 근데 말은 많고......"
"아. 착한 놈이네. 걔를 일단 써요. 주 5일로." - page 42
그렇게 커다란 덩치와 수다쟁이에 오지랖은 못 말릴 지경인 그가 황근배라는 이름 대신 홍금보라는 별명이 적힌 명찰을 가슴에 달고 편의점의 밤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친화력으로 편의점을 찾는 손님과 동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그.
마음이 머물고,
사연이 오가고,
눈물과 웃음이 터지는 이곳, ALWAYS편의점.
또다시 따스함 가득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6개월 전 이곳의 새벽을 지키며 기억을 회복해 나간 그 사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추운 겨울을 이곳에서 따뜻하게 보냈다고 했는데, 이 열대야의 여름에는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시원하다 못해 썰렁한 이 냉장고 같은 편의점이, 그 사람이 있던 겨울엔 따뜻한 난로 같은 공간이었다는데...... 정말 그랬을까? - page 164
독고와 근배.
이 둘은 어떤 관계가 있었던 걸까?
1편에서의 이야기의 속사정도 그려졌던 이번 이야기들.
"24시간 내내 불 켜진 그곳이 방범 초소인 양 내 삶을 호위하길 원했다"
는 염 여사의 말처럼 희망 가득했던 편의점.
다시 그곳에 모두가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짧은 탄식.
재미와 감동 가득히 받고 나서는 발걸음이 아쉬움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불편했지만 마음만은 위로받았던 이곳.
이곳으로부터 배웠던...
변화.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닌 스스로의 변화 말이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변화를 요구받는 게 싫은 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바뀔 것을 요구하기보다는 기다려주며 넌지시 도와야 했다. - page 281
가만히 귀 기울여주고 기다려주고 넌지시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편의점이 있다면...
아니 이렇게 마음 놓을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도 끄적여보며...
훈훈한 감동 그대로 내년을 맞이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