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언어 -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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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중에 유일하게 좋아하는 '나비'.

화려한 날개 패턴과 날개짓을 보고 있으면 가끔 넋을 놓기도 하는데...

좋아는 하지만 잘 알지 못하기에 궁금하였습니다.

나비, 너는 누구냣!

찰스 다윈부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까지,

나비 덕후들이 풀어낸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비의 비밀

나비의 언어



누구나 그렇듯 나비가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비이기에 당연하게만 생각했지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자 웬디 윌리엄스는

나비들은 어디서 왔을까?

왜 거기 있었을까?

지구에서 사는 동안 나비들은 무슨 일을 벌일까?

나비의 그 무엇 때문에 뭇사람들이 나비를 채집하기 위해 재산과 목숨을 걸고 이따금 죽기도 하는 걸까?

이러한 호기심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나비에 대해, 인간과 나비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좇기 시작하였습니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을 비롯해 롤리타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물론 대중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나비 연구에 있어 큰 공헌을 한 허먼 스트레커, 샬럿 코플런 힐,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어밀리아 제부섹 등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생태학이라고 하는 이 개념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다윈이나 빅토리아 시대의 다른 유명인 아니라 17세기에 살았던 10대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그녀는 여성의 삶이 극도로 열악했던 17세기 유럽에 살았습니다.

특히나 1600년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나비는

나비 번데기를 잘라보면 구역질 나고 유독한 액체가 주르르 흘러나온다. 혹은, 적어도 구역질 나고 유독한 것처럼 보이는 액체가 흘러나온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화려한 나비가 눈부신 자태를 뽐내며 서서히 껍데기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려면 말이다. 1600년 당시에 이러한 현상은 요사스러운 수작의 증거였다. 주술이나 마법이나 지하 세계의 장난질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 page 80

구역질 나고 찐득찐득한 번데기의 그 무엇과 관련된 듯한 것에서 홀연히 등장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열세 살에 애벌레와 사랑에 빠진 메리안은 애벌레가 알에서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번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다가 번데기가 되는 것까지 추적 관찰했고 각각의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특정한 나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애벌레, 나비, 나방을 50년 이상 연구하면서 자연 발생이 엉터리라는 증거를 자신의 관찰을 토대로 그려낸 수채화 묘사 자료들을 통해 밝혀냈고 표트르 대제, 린네, 나보코프 등에 영향을 미쳤고 존중받게 됩니다.

타고난 과학자이기도 했고 으레 통용되는 앎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호기심을 좇아 진리를 찾아 나섰던 그녀.

곤충 고생물학자 마이클 엥겔은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만약 메리안이 자신의 삶을 그렸다면 분명히 그 삶은 그녀가 사랑하는 곤충들의 삶을 모방했을 것이다. 계몽주의의 여명기에 여성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그녀 자신의 변태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그 누구보다 그녀 이름을 새겨보려 합니다.

그리고 책 속엔 '제왕나비'와 관련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왕나비는 '잡초 같은' 종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생존에 강한 이 나비.

이런 제왕나비들이 추위를 피해 어느 경로로 날아서 서식지로 가는지, 제왕나비 생존에 필요한 생물은 무엇이 있으며, 이 기후변화 시기에 개체수 변화는 어떤지 등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나비의 이동 방향에 대한 실험을 통해 전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습니다.

"종합적인 메시지는, 가을에 이동하는 나비들을 추위에 노출시키면 남쪽이 아니라 북쪽으로 날아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똑같은 나비라도 실험실에서 다음 해 봄까지 따뜻한 환경을 유지해주면 남쪽으로 날아가려고 하지요. 멕시코에 갔던 다른 나비들은 북쪽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판국인데 말이에요."

...

"지구 온난화로 생기는 문제는요, 앞으로 멕시코가 겨울에도 춥지 않다면 나비들이 북쪽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

"제왕나빋들은 멈춰야 할 때를 어떻게 알까요? 우리는 나비들이 왜 멕시코에서 이동을 멈추는지 그 이유를 아직 모릅니다. 멕시코에 있는 잠재적인 그 무엇이 나비들에게 이제 다 왔다고 말해주는가 봅니다. 어쩌면 신호가 있겠지요. 바로 이 냄새가 나면 멈춰야 해, 하는 식으로요. 숲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래도 나비들은 그곳으로 갈까요? 나비들은 어떻게 자기장을 감지할까요? 이게 다 미지를 개척하는 일이지요." - page 238 ~ 241

점점 나비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도 개체수가 줄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는 건 우리의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 어떨지 이미 예상이 될 것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제부터 해야지란 다짐이 아닌 지금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나비'로부터 깨닫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 '나비'이기에, '과학'책이기에 그 흔한 사진이라든지 도표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롯이 이야기만 있었기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또 달리 보면 그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기에 더 몰입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한 생명체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그 소중함을 알게 되고 우리의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함을 또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비는 딱 입문용 약물이지요." - page 23

책 속에서도 나비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면 헤어 나올 수 없다고 하였는데 그 매력에 저도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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