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방랑기 - 픽셀로 교차하는 OOO의 기묘한 여정
OOO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우선 핑크핑크한 표지에 끌렸던 이 책.

그러고 나서 보니 도트와 픽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며 4컷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 작가의 첫 에세이라 하였습니다.

그래서 픽셀 그림과 원(도트)이 있었구나!

책의 표지만큼이나 왠지 저자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도 달리 보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가지고 같이 골목을 거닐어볼까 합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수상한 간판,

험악한 얼굴의 마스코트, 관광지의 괴상한 기념품...

평범한 일상 속, 기묘함이 숨어있는 거리를 탐방하다!

일상과 비일상, 사색과 유머가 조우하는 픽셀 만화가 ○○○의 첫 에세이

골목 방랑기



책은 ○○○ 작가가 지금까지 거리 이곳저곳에서 수집한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그때의 단상을 글과 만화로 풀어낸 작품집이었습니다.

그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속에 만난 이상하고 수상한 간판과 지표들을, 길고 짧은 여러 여행 속에 마주친 기이한 풍경들을, 관광지의 이상한 마스코트부터 영특한 강아지와의 산책까지 평범과는 거리가 먼 비생물과 생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읽다 보면 피식! 웃게 되고 이런 발상을 하는 ○○○ 작가의 시선이 멋져 보였습니다.

덕분에 삭막한 세상 속에서 웃음을 찾았다고 할까!

그동안은 길을 거닐 때도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면 이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보는 여유를, 그 속에서 재미를 찾을 생각에 벌써부터 들뜨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첫 장부터 묘한 매력을 선보였던 이 책.


 



그저 무심코 지나쳤을 법한 간판과 지표들, 풍경들, 마스코트들로부터 원래 의도한 바도 있겠지만 작가의 시선으로부터 같이 사색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이 책.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경의중앙선' 이야기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배차 간격이 길고 승객이 많아서 앉아 가기 어려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 노선.

이런 지옥의 문산행 경의중앙선에서도 여름 한정으로 유일하게 좋은 순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창밖의 휑한 철로 풍경을 한참 지나치다 보면 어느 순간 열차 칸 전체가 녹음에 휩싸이는 구간(강매역 부근)에 천천히 들어섭니다. 차창이 빈 곳 없이 푸른 이파리들로 가득 차는데요. 녹음에 유리창의 푸른빛이 덧씌워져 이 세상 것이 아닌 것처럼 현실감이 없는 풍경입니다. 역사 내에 서있던 순간부터 내내 기다려오던 청명한 비상구의 빛입니다. 열차는 아주 잠시 동안만 멈춰있을 뿐입니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짧은 순간 동안 늘 내릴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하지만 아직 내린 적은 없습니다. 굳이 비상구의 밖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까요? 가끔은 비상구의 바깥이 아니라 비상구를 비추는 그 푸른빛만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이 닫히면 혼잡한 머릿속을 차창 너머에서 본 무성한 푸른빛으로 비우고... 그래야 아직 남은 20분을 더 갈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런 도피처로서의 초록빛이 주는 내면의 안식이, 목적지까지 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는 열차입니다. - page 161

그러고 보면 저도 지하철을 탈 때면 잠시 지상으로 나와 한강을 가로지를 때 한없이 마음을 놓곤 했는데 자연이 주는 내면의 안식이 무심코 저에게도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무엇보다 이걸 발견하고 혼자서 재미있어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즐거움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는 것이라는 기분이 들어 용감해집니다. - page 117

소소한 즐거움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아이의 시선으로, 호기심 가득히 안고 길을 나서보는 건 어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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