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뎐 - 위로와 공감의 책방, 잘 익은 언어들 이야기|2021년 출판콘텐츠 창작지원사업 선정작
이지선 지음 / 오르골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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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의 작은 동네책방 '잘 익은 언어들'.

파란만장한 일상, 책방 일의 기쁨과 슬픔, 동네책방 이야기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책과 책방,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를 총망라한다는 말에 끌려서 읽게 된 이 책.

그렇지 않아도 '동네책방'을 좋아하는 1인이라 더없이 궁금하였습니다.

잘 웃고 잘 울고,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는

'잘 익은 언어들' 책방지기 한번 만나보실래요?

책방뎐



대개는 자신의 책방 이름을 책 제목으로 하던데...

그 이유가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을 《책방뎐》이라고 한 이유는 해학과 풍자로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해 주던 '판소리 한마당'처럼 이 책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었으면 해서다. 아울러 이 책은 '잘 익은 언어들' 책방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 page 8

'책방전'의 '전'자를 '뎐'으로 표기함으로써 '소리의 고장' 전주의 특색을 살리고, 본문에도 판소리 형태의 글을 실어 흥을 돋웠으며 책방지기의 진솔한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은 물론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까지.

제목만으로도 저자의 센스가 엿보이지 않나요!

그저 책이 좋아서 책방지기가 되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그 어느 곳이든 책이 있는 공간을 사랑했다는 그녀.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서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라는 문장으로부터 '잘 익은 언어들'의 이름을 정한 그녀.

그래서일까.

그녀의 공간 '잘 익은 언어들'에서는 사람 냄새가 가득하였습니다.

인스타그램용으로 멋진 사진을 찍고 가는 곳이 아닌, 마음 편히 책 사고 읽기 좋은 책방을 만들자. 유명한 핫플레이스보다는 진실된 '핫피플'이 있는 책방, 일회성 인증 방문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발걸음하고 싶은 책방이 되자. 그래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테리어'로 사람, 장소, 환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만들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책방이라는 공간이 살면서 생기는 자잘한 상처들을 치유해 주는 일이다. 그리하여 누구나 잘 익은 언어들에만 오면 마음을 충전해서 즐겁게 돌아갈 수 있기를. 이것이 내가 책방을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다. - page 89



책방 초기,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면 혼자 춤이라도 추면서 책방을 지켜내던 '덜 익은' 책방지기는 손님이 오면 반갑지만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러다 차츰 저자 특유의 친화력이 빛을 발하며 '유쾌하고 재밌는' 책방지기가 된 그녀의 성장기가 그려진 이 책.

그리고 그녀가 전한 '동네책방'의 진정한 매력

아직 세상이 살 만하다

참 찡하게도 다가왔었습니다.

책방을 하면서 만난 이들과 그들의 모습을 보니 '책방'이란 공간의 매력을 한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전주의 책방지기답게 노래 한 곡조로 뽑았었는데

<얼쑤, 책방뎐>

밥 한 그릇만큼 든든한 책 한 권 납시오

살로 가고 피로 가는 책 한 그릇 잡숫고

당당한 걸음으로 씩씩하게 세상과 맞서보오

호랑이 등줄기만큼 힘센 책 한 권 납시오

무릎 힘 풀리는 날에도 짱짱하게 버티는 힘이라

보약보다 더 좋은 것을 어찌 우리만 누리겠소

그라니 이리 오소 다 같이 놀아보오

책 손님으로 만났으나 '어머나'로 통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소

손님들은 책을 사러 와서 추억을 만들고, 인연을 만들고, 아이디어를 얻어 가는 공간.

책방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기적들.

책은 어디서나 살 수 있지만 사람은 어디서나 만날 수 없기에 더없이 소중한 이 공간인 '책방'에 가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흥겨운 노래가 나오면 함께 춤을 추고, 그러다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같이 울어주고, 동네에서 아는 얼굴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인공지능이 발달하여 고객 맞춤형 북큐레이션이 완벽한 세상이 올지라도 나는 사람 냄새 나는 오류투성이 책방의 오래된 주인이고 싶다.

이것이 절대 책방이 망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자, 내가 지키고 싶은 야망이라면 야망일까. - page 254

오늘도 팔을 걷어붙이고 책 생자를 들어 나를 그녀에게.

날마다 동네책방의 존재 이유를 온몸으로 증명하는 그녀에게.

부디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었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동네책방'의 매력을 다시금 되짚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동네책방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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