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을 잊지 못해 수십 년째 상복 차림으로 슬픔에 잠겨 지내는 할머니, 거식증에 걸린 토끼를 구하려는 소녀, 은밀한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커플, 가출한 아르헨티나인 아내와 딸을 그리워하는 구마 씨까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지닌 이들에게 링고는 정성스런 음식을 대접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특히 엄마만큼은 도저히 진심으로 좋아하지 못했던 링고.
그런 그녀와 엄마의 화해의 장면은...
내게 요리란 기도 그 자체다.
엄마와 슈이치 씨의 영원한 사랑을 비는 기도이고, 몸을 바친 엘메스에게 감사의 기도이고, 요리를 만드는 행복을 베풀어 준 요리의 신에게 올리는 기도이기도 했다. 나는 이때만큼 무한한 기쁨을 느낀 적이 없었다. - page 245 ~ 246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요리'라는 행위.
위대하고도 숭고함에 또다시 '음식'에 마음을 기대어봅니다.
인스턴트식품에는 감정이며 생각이 전혀 없어서, 과민해진 내게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인스턴트식품만 먹었을지도 모른다.
가끔 요리를 만들어도 맛이 나지 않았다. 문어가 자기 발을 먹고 배를 채우는 것처럼, 고양이가 자기 성기를 핥는 것처럼 뭔가를 먹고 있다는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요리는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마음을 담아 만들어주기 때문에 몸과 마음의 영양이 되는 것이다. - page 266 ~ 267
소설을 읽고 난 뒤 문득 엄마의 부엌이 떠올랐습니다.
자식들을 위해 반찬을 만드시고 국을 끓이시고...
어릴 적엔 그저 차려주는 것에도 투정을 부렸지만 되돌아보니 그 음식들이 있었기에, 엄마의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함을.
이제는 제가 그 자리에 서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해야 할까...
아이들과 오순도순 마주 앉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저녁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앞치마를 둘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