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하면 자신의 귀를 자를만큼 광기에 치달아 죽어 버린, 그래서 불행한 인간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우리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가 불행한 인간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절대로 불행한 화가는 아니었다고. 죽어서라도 인정을 받았으니 불행한 화가가 아니라는 뜻이 아니다. 여타 예술과는 달리 조형예술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볼 때, 그림을 그리는 일이 절대로 불행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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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빈센트는 단연코 행복했던 인간이다. 우울하기만 했다면 그는 그렇게 많은 작품을 그려 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생명력을 오롯이 활기 있게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홀린 사람처럼 작업하던 그의 집중과 몰입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상처받은 그를 받아준 것은 자연과 그림뿐이라고 믿었다. 그는 "화가는 행복하다. 왜냐하면 내가 본 것은 조금이라도 표현하고자 할 때 자연과 나는 조화되고 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 page 23 ~ 24
이 말을 듣는 순간 '다행이다'란 안도감이 느껴진 건 그동안의 내가 그에 대해 오해를 가지고 있었음에.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림만이 그를 위로해 주었다는 점이 안타깝기도 하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보잘것없는 사람, 괴팍스러운 사람, 불쾌한 사람일 거야. 사회적으로 아무런 지위도 없고, 그것을 갖지도 못할, 요컨대 최하 중의 최하급. 그래 좋아.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고 해도 언젠가 내 작품을 통해 그런 괴팍한 사람, 그런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의 가슴에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 주겠어." - page 30
빈센트는 호기심 천국형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걷기, 독서, 관찰, 소묘, 수집 등 관심사가 너무나 다양했는데 특히 자연에 대한 관심은 그의 삶과 예술에서 정서적 뿌리가 되어 줍니다.
인생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황무지로 가서 위안을 찾던 그.
아이러니하게도 위안을 얻음과 동시에 더 심한 외로움을 발견했지만...
특히나 1890년 5월, 파리에서 멀지 않은 오베르쉬르아우즈라는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드넓게 펼쳐진 이곳의 밀밭을 거닐며 그의 내면에 쟁여져 있던 지독한 슬픔과 고독을 소환해 거대한 풍경화를 그렸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도 이 밀밭의 양지바른 곳이라는 점에서 그가 느꼈을 고독감과 절망감이 사무치게 다가왔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