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읽는 시간 - 도슨트 정우철과 거니는 한국의 미술관 7선
정우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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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이름만 들어도 화가에 대해, 대표적인 작품도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화가는...?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작 우리의 화가들은 많이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반 고흐, 폴 고갱, 마티스, 피카소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거장 김환기, 이응노, 김창열을 비롯한 7인의 화백과 그들의 걸작에 얽힌 이야기를 그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미술관 소개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고 하였습니다.

미술관의 '피리 부는 남자' 정우철 도슨트와 함께 한국 최고의 화백 7인과 그들의 걸작들을 만날 수 있는 7곳의 아름다운 미술관으로 떠나볼까요!

최고의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방법

차를 타고 직접 가거나, 혹은 이 책을 펼치거나!

손안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미술관 7곳을

도슨트 정우철과 함께 거니는 시간

미술관 읽는 시간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반짝이는 불굴의 정신 환기미술관

모든 걸 비우고서야 마주하게 되는, 순수의 공간 양주시립 장욱진미술관

인생을 녹여낸 투명한 '무無'의 물방울, 그 자국들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

외로움과 그리움 이후에 응결된, 영원의 기록 이중섭미술관

마을 아낙과 아이들의 순박함을 품은, 순수의 요람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여자가 아니라 화가로 불리길 바란, 선각자의 안방 수원시립미술관 나혜석기념홀

전쟁의 슬픔과 고통마저 승화시킨, 포용의 예술혼 이응노미술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세계적인 걸작들을 품은 미술관이 있었음을, 미술관 자체도 멋진 작품으로 우리가 품고 있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이제라도 알게 되었으니 우리의 화가들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화가들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시대의 불행을 겪은 그들.

마냥 좌절하지 않고 애환을 예술로 승화시켜 지금의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어쩌면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이 세상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가 되는 것은 이런 신념과 마음들 덕분이 나리까 싶습니다. 화가의 삶은 작품이 되고 그 작품은 또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싶었던 화가의 마음, 그 마음이 온전히 들어간 작품은 또 누군가의 마음을 울립니다. - page 239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장욱진 화백.

"나는 붓을 놓아본 일이 없다."

붓을 사랑한 아이였던 그.

평생 소박하게 그림을 그린 그.

그래서 그의 그림 속엔 복잡하고 머리 아픈 내용이 없습니다.

한 예술가 친구가 제게 해준 말이 생각나네요. 예술적 상상력을 잇기 위해서는 동심과 사랑, 이 두 가지를 잃으면 안 된다고요.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서는 이 두 가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유독 좋은가 봅니다. - page 50 ~ 51

저 역시도 그의 작품을 마냥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아마도 순수함이 느껴져서였던가 봅니다.

그중에서도 <자화상>이란 작품을 처음 접할 땐 유유자적함이 느껴졌었는데 알고 보니 애잔함이 느껴졌었습니다.



황금 들판에 네 마리 참새, 쫓아오는 강아지, 정장을 입은 화가의 모습까지 지독히 반어적입니다. 전쟁 중에 조용할 날 없는 하늘이지만 그림 속에는 네 식구를 닮은 까치 가족을 그려 넣어 다 같이 만날 날을 기약했나 봅니다. 이렇게 그는 시대의 아픔은 마음 한쪽에 숨겨두고 그림에는 희망만 담았습니다. "자연 속에 나 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 - page 56

요즘처럼 싱숭할 때 장욱진미술관으로 가 그에게 마음을 기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저는 그저 물방울 화가로만 알았지 그의 속 사정을 몰랐기에 참 씁쓸하였습니다.

한국전쟁으로 여동생과 친구들을 잃고 그 상처를 캔버스에 뿜어냈던 그.

이때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물방울이 아닌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칙칙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한국전쟁 후의 콱 막힌 비참과 절망을 안으로 응결시켜 여과하기까지에는 거의 20년이 걸렸다."

고단했던 유학 시절 무척이나 가난해 재료비도 아껴야 하던 그 시절.

사용한 캔버스를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도록 캔버스 뒷면에 물을 뿌려두었는데 어느 날 아침 햇빛에 캔버스에 뿌려뒀던 물방울이 반짝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전쟁을 겪으며 느낀 상실감과 고통, 이국 생활의 외로움 그리고 그 끝에 탄생한 순수하고 영롱한 물방울은 어쩌면 스스로를 정화하고 위로해주는 주제가 아니었을까요. - page 88

그리고 2021년 1월 5일 자기 인생의 모든 경험을 녹여내었던 투명한 '무無'의 물방울처럼, 한 방울 이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가 남긴 수많은 물방울이 참 와닿는 요즘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그들의 겪었을, 이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스스로를 깎고 깎았을 모습이 그려져 마음 한 켠이 아렸습니다.

무언의 울부짖음이 오늘의 위로로 다가오니...

그래서 그렇게 미술작품에 다가가고자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면 가만히 우리의 미술관을 거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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