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 츠지 히토나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인생 레시피
츠지 히토나리 지음, 권남희 옮김 / 니들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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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Blu』,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 책들과 인연을 맺었던(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츠지 히토나리' 작가.

그의 10여 년 만의 신작 에세이로 돌아왔습니다.

싱글대디로 돌아온 츠지 히토나리의 가슴 뭉클한 가족 에세이로.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싱글대디로 홀로 아이를 키워 온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닌데...

자신을 돌보기도 벅찬 때였지만 아이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정에 다시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만들었던 30가지 요리를 아이에게 알려주듯 친절하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아빠로서,

때로는 인생 선배로서

삶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 응원, 조언 등을 건넨 이 책.

그 따스한 온기에 잠시 마음을 기대어 봅니다.

인생은 쓰지만 요리는 언제나 맛있다!

삶의 가장 추웠던 날들을 요리라는 온기로 데운

츠지 히토나리의 맛있는 한 끼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처럼 엄마가 건네는 인생 레시피들은 종종 접하게 되는데...

'아빠'라서 그럴까.

더 뭉클하게 다가오는 건 뭘까.

쉬이 넘어갈 수 있는 문장도 하나하나 가슴에 새겨지면서 눈물이 나오는데...

감정을 추스르기도 조금은 벅찼었습니다.

"맛있어?"

"응, 맛있어."

이 반복되는 대화가 이리도 행복을 전해주는지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가 왜 요리를 하냐고 묻는다면

요리를 하고 있으면 나쁜 기억을 잊을 수 있기 때문에,

게다가 맛있는 음식이 완성됐을 때 네가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고 행복해지기에

마음을 평온하게 만드는 최적인 장소인 '주방'을 좋아하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네게 요리를 가르치고 싶은 건 인생에 도피처 하나쯤은 만들어 주고 싶어서야.

힘들 땐 언제든 이곳으로 도망쳐 오렴. 있잖아, 주방은 절대 배신하지 않아. - page 23

영양가를 생각한 토마토 파스타부터 아이가 채소를 잘 먹길 바라며 만든 라타투이, 허한 마음을 부풀리며 달랬던 기슈로렌, 아이와 처음으로 함께 만들었던 살몬 크루테, 매일 떨어지지 않게 유리병에 채워 놓는다는 아빠표 쿠키까지.

그만의 비법으로 완성된 레시피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조언까지 어우러진 한 상이 거창하진 않겠지만 그 속엔 '사랑'이란 진하고도 강력한 온기가 가득하였습니다.

네가 처음으로 내게 배우고 싶다고 했던 것도 음악이나 일본어가 아니라 요리였잖아. 왜였을까?

아마 마음 어딘가에, 내가 직접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걸 먹이고 싶다, 그리고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었을까? - page 63

그렇게 해서 만든 요리가 프랑스 가정식, 타르티플레트 였습니다.



언젠가 분명 네가 네 여자친구나 혹은 너만의 가족에게 요리를 해 줄 날이 틀림없이 올 테니까 네게 그 마법을 전수해 줄게. 사람들에게 웃는 얼굴을 선물하는 요리라는 이름의 마법을 말이야. - page 64

아빠는 아들에게 네가 독립하게 되면 가장 많이 만들어 먹는 게 파스타 요리일 거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조리과정이 그리 복잡하지 않기에 그럴 텐데 그가 아들에게 당부(?) 아닌 당부를 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페델리니에는 삶는 시간이 6분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정확히 3분 45초야. 집착의 알덴테!

너는 그동안 정확히 3분 45초 익힌 페델리니를 먹고 자란 거라고. 기억해 둬. 자기가 좋아하는 파스타 면 삶는 시간을 찾는 게 파스타를 제패하는 지름길이니까. - page 103 ~ 104

조금씩 레시피가 쌓이면서 이들의 '행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타이밍 맞게도 행복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살아가자.' 나는 늘 이렇게 스스로를 타일러 왔어. 항상 나 자신을 훈계하며 살아왔지. 그랬더니 그 고통의 근원이 이해가 되더라. 하루하루의 소소한 감동을 기쁨으로 느끼게 됐어. 이를테면 요리나 식사나 너와의 대화 같은 것들......

이제는 네가 조금씩 어른이 돼 가는 매일을 바라보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 하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은 내 주변에 있는 놓치기 쉬운 작고 소소한 행복을 긁어모으며 살고 있지.

그건 멋진 일이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그거야말로 행복이야. 그래서 주방에 서서 '자, 맛있는 걸 만들자.' 하고 기합을 넣을 때, 나는 행복하다는 걸 자각한단다. - page 187 ~ 188

나 역시도 내 일과 중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이 공간이 위로와 행복을 만들어내는 곳일 줄은 미처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이라 하더라도 같이 앉아서 밥 먹는 게 별거겠어?!라고 여겼었는데... 아니었음을...

오늘은 다 같이 앉아서 밥을 먹어보고자 합니다.

진짜 얼마 만일까...

아직 아이가 어린데도 왜 그동안 못한 거지...

모처럼 식탁에 둘러앉아서 저도 이 질문을 건네고 싶어졌습니다.

"맛있어?"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져오고 가슴이 따스해졌습니다.

오늘은 다들 가족과 함께 식사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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