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사이 - 브루클린이 내게 준 사람들과 오늘
이현수 지음 / 콜라주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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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끌렸던 건 제가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강력 추천해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임경선·김혼비 강력 추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현수처럼 살고 싶다." 김혼비(작가)

조언 한마디 없지만, 그 어떤 조언들보다도 빛나는 이야기로 가득하다는데...

여전히 힘겹고 서툰 저도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힘을 얻고 싶어졌습니다.

다 버리고 떠난 그곳에서 발견한 사람들에 관하여

"이상하게 우리 사이엔 늘 술이 있다."

마시는 사이



오랫동안 누군가의 후배, 선배, 그에 따른 부수적인 직함으로 살아온 저자 '이현수'.

점 보는 것을 좋아해 점집 만신님한테 매번 제일 먼저 묻는 게

"저 몇 살까지 일하나요?"

그럴 때 돌아오는 (귀)신적인 대답

"평생 일할 팔자야!"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두 주먹 불끈 쥐고 기뻐했다고 하였습니다.

열심밖에 모르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일과 돈과 사람과, 소중했던 것들로부터 버려졌다고 하였습니다.

거의 두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기계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빼고는 모든 생각을 차단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던 나날들.

그러다 우연히 뉴욕 브루클린에 머물게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을 때 운명처럼 이끌려 간 그곳, 브루클린.

아니, 브루클린이어서가 아닌 터닝 포인트가 되게 한 사람들로부터 다시 일어설 힘을 받게 되고 하루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를 구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무슨 헛소리야, 돈이지!라는 마일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은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입버릇처럼 '오래 살고 볼 일이야'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말 그렇다. 인생은 지렵도록 길고, 그러다 보니 상상도 못 했던 삶이 또 주어지더라고. - page 11

'내 사람'.

저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내 편', '남편(?!)' 정도일까.

그런데 이젠 '내 사람'이란 말을 애정해야겠습니다.

내 사람. 마이 피플. 나는 그전까지 '내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파고들자면 '내 편'정도는 생각했을 것이다. 초딩도 아니고 네 편, 내 편이 뭐니... 근데 사람이란 언젠가 '내 편'이라는 말이 뒤통수를 후려치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내 편이라고 쓰여 있는 동아줄 하나에 온몸을 실어 붙들고 기어 나올 때, "야, 너 재 편드냐?" 라는 말이 더는 초딩적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내 편보다 '내 사람'이란 말은 먼가 더 근사하다. 내 편으로서의 지지와 함께 미운 정 고운 정까지 얹어 더 끈끈해진 관계. 내 사람이란, 때로 나를 혼내고 욕하고 나와 싸우면서도 결국 나를 안아주는 사람 같지 않나? - page 63 ~ 64

가끔 핏대를 올리며 싸우거나 울면서 화해하거나 서운해 죽다가 미워서 죽이고 싶다가도, 낯설고 좁아터진 방에서 쥐나 바퀴벌레를 잡을지언정 어떻게든 버티는 서로가 애틋하고 안쓰러워서 못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엔 늘 '술'이 있었습니다.

술을 좋아라하는 저로써도 술친구가 주는 매력이란!

그냥 좋은 거다, 술이 주는 핑계가. 속에 무언가가 응어리져 있는데 미칠 시간도 자신도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털어버려! 가슴도 못 털고 트월킹도 안 되지만 아무거나 막 털면 뭐라도 털리겠지. 어차피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내 춤을 못 보니까. - page 101

뭔가 짓눌렸다가 해방된 느낌을 준다고 할까.

그렇게 술과 내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위로와 공감을 얻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 것이며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살아보길 잘했다. 재밌네."

내 말을 마일로가 잇는다.

"야 시끄러워! 앞으로 더 재밌을 거야." - page 39



참 많이도 공감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이야기가 저를 되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나이 들어 좋은 점은 웬만한 일에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20대라면 아마 이런 기획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좀 더 아름답고 '뽀대' 나고 능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획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려 애썼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바뀌어갔다. 이게 더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든 내가 즐거움을 느꼈으면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내 성에 차지 않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자책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이 탓인가? 아니면 오랫동안 너무 아등바등 살다 보니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그러면서 변한 것인가? 뭐가 됐든 나를 궁지로 몰아넣지 않는 지금의 내가 그다지 싫지 않다. - page 178 ~179

여전히 '결과'를 중시 여기는 나.

그래서 자책과 반성으로 하루가 힘겨운 나.

안간힘을 쓰면 나만 더 괴롭다는 것을, 이젠 좀 놓아줘야겠다 다짐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닥친 풍랑을 이왕이면 신나게 타고 어떻게든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사람.

모두가 나간 뒤 늘 뒤에 남아 빈자리를 살피고 마지막 불을 끄고 나오는 사람.

왜 이현수처럼 살고 싶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고통의 자리를 새로운 고통이 차지하는 건 슬픈일이지만,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새로운 사람으로 인해 치유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 뭐 있나 싶다. - page 247

오늘은 좋아라하는 맥주 한 캔과 함께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습니다.

(원래도 술을 좋아하는데 핑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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