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누군가의 후배, 선배, 그에 따른 부수적인 직함으로 살아온 저자 '이현수'.
점 보는 것을 좋아해 점집 만신님한테 매번 제일 먼저 묻는 게
"저 몇 살까지 일하나요?"
그럴 때 돌아오는 (귀)신적인 대답
"평생 일할 팔자야!"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두 주먹 불끈 쥐고 기뻐했다고 하였습니다.
열심밖에 모르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일과 돈과 사람과, 소중했던 것들로부터 버려졌다고 하였습니다.
거의 두 달 동안 집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기계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빼고는 모든 생각을 차단하고 누구도 만나지 않았던 나날들.
그러다 우연히 뉴욕 브루클린에 머물게 되면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을 때 운명처럼 이끌려 간 그곳, 브루클린.
아니, 브루클린이어서가 아닌 터닝 포인트가 되게 한 사람들로부터 다시 일어설 힘을 받게 되고 하루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이를 구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무슨 헛소리야, 돈이지!라는 마일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 책은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입버릇처럼 '오래 살고 볼 일이야'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정말 그렇다. 인생은 지렵도록 길고, 그러다 보니 상상도 못 했던 삶이 또 주어지더라고. - page 11
'내 사람'.
저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순히 '내 편', '남편(?!)' 정도일까.
그런데 이젠 '내 사람'이란 말을 애정해야겠습니다.
내 사람. 마이 피플. 나는 그전까지 '내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파고들자면 '내 편'정도는 생각했을 것이다. 초딩도 아니고 네 편, 내 편이 뭐니... 근데 사람이란 언젠가 '내 편'이라는 말이 뒤통수를 후려치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내 편이라고 쓰여 있는 동아줄 하나에 온몸을 실어 붙들고 기어 나올 때, "야, 너 재 편드냐?" 라는 말이 더는 초딩적 언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내 편보다 '내 사람'이란 말은 먼가 더 근사하다. 내 편으로서의 지지와 함께 미운 정 고운 정까지 얹어 더 끈끈해진 관계. 내 사람이란, 때로 나를 혼내고 욕하고 나와 싸우면서도 결국 나를 안아주는 사람 같지 않나? - page 63 ~ 64
가끔 핏대를 올리며 싸우거나 울면서 화해하거나 서운해 죽다가 미워서 죽이고 싶다가도, 낯설고 좁아터진 방에서 쥐나 바퀴벌레를 잡을지언정 어떻게든 버티는 서로가 애틋하고 안쓰러워서 못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이엔 늘 '술'이 있었습니다.
술을 좋아라하는 저로써도 술친구가 주는 매력이란!
그냥 좋은 거다, 술이 주는 핑계가. 속에 무언가가 응어리져 있는데 미칠 시간도 자신도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털어버려! 가슴도 못 털고 트월킹도 안 되지만 아무거나 막 털면 뭐라도 털리겠지. 어차피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 아니다. 나는 내 춤을 못 보니까. - page 101
뭔가 짓눌렸다가 해방된 느낌을 준다고 할까.
그렇게 술과 내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위로와 공감을 얻어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하루를 견뎌낼 힘을 얻는 것이며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좀 더 살아보길 잘했다. 재밌네."
내 말을 마일로가 잇는다.
"야 시끄러워! 앞으로 더 재밌을 거야." - page 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