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으로도 느꼈었지만...
이번 에세이... 그냥 '좋다'란 말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읽어보지 않으면 느껴보질 못할 이 감정.
지금까지 살아오며, 그리고 여행하며 먹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 속엔 때론 달콤하고 짭짤한, 먹고 난 뒤의 씁쓸함에서 결국 우리네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저자와 함께 공감하며 위로를 얻곤 하였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먹고 마시는 일을 빼고 나면 뭐가 남을까. 인생은 허무한 것이고, 그 허무의 날들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사랑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 고작 며칠 후면, 길어야 일 년 뒤면 새까맣게 잊어버릴 슬픔과 분노를 억지로 집어삼키고 잊어버리려고 애쓰느라, 우리는 소중한 시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
돌이켜보니, 인생 아무것도 없다.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살았던 기억은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먹고 놀고 사랑했던 기억만이 행복했던 시절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 page 22 ~ 23
정말이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지만 어느덧 나도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어릴 적 바람은 그저 바람처럼 남겨졌고 이루어놓은 것 없는...
생각하니 울컥하게 되는데...
그런 나에게 전한 이 메시지가 참 울렸습니다.
자, 어쨌든 이만큼 왔다. 월급 말고는 얻는 게 별로 없는 인생이지만, 이젠 누구를 탓할 나이도 아니다. 열심히 해도 이룰 수 없다는 것쯤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래도 쿠시카츠 한 입을 베어 물고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면 인생이 무작정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다면 쓸데없는 말 같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모여 내 인생이 있는 거지 하고 생각하면서 쿠시카츠를 한 입 베어 문다. 입술에 기름기가 잔뜩 묻지만 이게 또 튀김을 먹는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튀김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속수무책이다. 죄책감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두손 두발 다 들고 튀김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 page 146 ~ 147
오늘 저녁엔 튀김과 캔맥주 한 잔으로 나를 위로하고 어깨를 두드려주려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위로.
짜장면은 다 먹었지만 만두는 반을 남겼다. 배가 너무 불렀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봐야 짜장면 한 그릇에 군만두 한 접시지만 그래도 이 한 그릇에 사람 마음이 이토록 흡족해진다. 행복이란 게 별것 있나. 마감 끝낸 후 짜장면 한 그릇이면 된다. - page 67
군만두를 먹을 때마다 느낀다. 군만두 접시를 사이에 두고는 적과도 즐겁게 건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두집을 나오며 생각한다. 인생은 짧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다. 따끈한 군만두 한 접시를 마음껏 먹을 수 없다면 인생 따위가 뭐란 말인가. - page 33
어차피 태어난 이상 죽음은 필연적인 것을.
굳이 골머리 아프게 지내기엔 그 하루가 아깝지 않은가!
그러니 맛있는 음식 먹으며 웃고, 울고, 행복해지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