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내가 직접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있다. 우리와 비슷한 크기로,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며 살아가지만 눈앞에 있어도 볼 수 없는 존재들. 투명인간이라고 불러 마땅한 존재들이 기척을 숨긴 채 우리 사회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내가 어느 날 투명인간 한 명을 죽이게 된 이야기이다. 증거도 목격자도 없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 page 7
배우 지망생인 '홍한수'.
오늘도 동창 모임에서는 고정 레퍼토리 중 하나가 나왔습니다.
"근데 채기영 걔는 아직도 연락되는 사람 없냐? 우리 모임 원래는 여섯 명이었잖아."
...
"한수 네가 연락 좀 하지 않났냐?"
"기, 기영이 연락처는 아직 있는데. 진짜 연락해 봐?" - page 15
1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동창 기영에게 문자를 보낸 한수.
그런데 기영에게서 온 답장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낡은 소파를 찍은 사진과 함께 이런 문장이 적혀있었습니다.
[한수야. 나 투명인간을 죽였어.]
뜬금없는 메시지가 일종의 유머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느낌이 세하였던 한수는 기영에게 전화를 걸었고 기영은 의외의 제안을 했습니다.
"한수야. 오랜만에 연락 줘서 고마워. 말 나온 김에 우리 오늘 볼래?" - page 18
기영의 집에 가 보니 정말로 보이지 않는, 사람의 형체를 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날 밤 기영과 함께 야산에 시체를 파묻지만 정작 투명인간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어쩌다 죽이게 됐는지는 전혀 듣지 못한 한수는 온갖 생각들로 심란하기만 하였습니다.
이틀 뒤.
한수는 기영의 자살 소식을 듣게 됩니다.
갑작스런 죽음과 한수에게 남긴 편지 한 통.
그 메시지를 따라간 한수는 투명인간 '사사녀'를 만나게 되고 그녀로부터 투명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한수는 사사녀의 부탁으로 투명인간을 돕게 되고 이로인해 또 다른 투명인간으로부터 목숨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기이한 투명인간들.
그들의 존재와 그들이 숨어 살게 만든 배후의 정체는 누구일지...
스릴과 박진감 넘치는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지.
"그쪽은 정체가 뭔데요? 귀신? 투명인간? 초능력자?"
"우릴 부르는 명칭이 있지. 좋아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뭔데요, 그게?"
"묵인. 사람 할 때의 인이다." - page 68
투명인간의 의미가 소설 속 묵인과도, 한수와도 같았습니다.
나잇값 못하고 무능력함에 가족, 친구, 연기 학원 선생님은 물론 동기들까지 무시당하는 그의 모습.
그런 그를 믿어주고 응원해 준 기영이 있었기에,
"그냥 마임 연습을 한 거라고 생각해 줘. 네가 찍은 CF처럼."
나는 놀라서 기영을 봤다.
"너 그걸 봤구나."
"잘하더라. 남들이 뭐라 해도 너 자신만 믿고 가." - page 26 ~ 27
한수 역시도 묵인들을 도와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기영이가 하려 했던...
"인간은 큰 죄를 저질렀고 채기영은 조금이라도 그걸 되돌리고 싶어 했어. 네 친구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줘." - page 135
추악한 모습을 간직한 인간...
아... 싫다...
아무튼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쩌면 묵인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기에...
공존하며 산다는 것...
이게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란 생각에 잠기며 이 작가분의 다음 작품 역시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