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많은 미술관 - 미술관만 가면 말문이 막히는 당신을 위한
정시몬 지음 / 부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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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날이 좋은 날이면 미술관에 가 멋진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지만...

말처럼 쉽게 하지는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책을 찾아 기웃거리다.... 발견!

다가가기 어려웠던 미술과 비로소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해 줄 책!

이 문장만으로도 미술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술관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에 괜히 주눅 들어요.

유럽에 가면 미술관 한 번쯤 가보고 싶은데 미술은 영 몰라서...

내가 작품을 잘 이해한 게 맞나 싶어요.

미술은 너무 어려워요.

누구에게나, 아니 미술은 좋아하지만 여전히 삐죽거리게 되는 저에게 딱! 이었습니다.

이제 좀 친해져 볼까나?!

알면 알수록 수다스러운

미술과 나누는 격의 없는 대화

할 말 많은 미술관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 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이 질문에 세계 유명 인사들은 저마다 다른 답을 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프랑스 시인 장 콕토의 이야기.

"스페인의 유명한 프라도 미술관이 불길에 휩싸인다면 무엇을 건져 낼 것인가?"라는 질문에 "불길"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불길만 건져 낸다면 프라도의 보물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고를 필요도 없이 모두 무사할 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한술 더 떠서 "산소"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미술품을 지키겠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는데...

하지만 저자는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뽑았습니다.

어린 시절, 집에 있던 세계 미술화집에서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을 처음 보았을 때 이게 대체 그림인지 사진인지 긴가민가했던 경험이, 정말로 사람이 손에 붓을 쥐고 움직여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기에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가지고 우주선 한 편에 몸을 실어야 한다면...?

이 질문에 망설이지 주저하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우선 미술에 '가볍게' 접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한 미술 지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하는 작품 하나쯤 품겠다는 마음으로 저자가 직접 경험한 '말이 넘치는' 미술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습니다.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아카데미아, 바티칸.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7곳의 유렵 미술관으로의 방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방문하게 된 미술관.



그리고 매력적인 작품들에 대해 저자 특유의 솔직한 감상이 더해져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작품의 말미마다 짧은 감상을 남긴 P.S.

이것이 더 작품과 작가와 저와 친밀해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저자가 <진주 귀걸이 소녀> 뽑은 것처럼 모두가 좋다고 하는 것 말고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었고 또 그 점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너도나도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을 찾아오고 실제 저도 이 작품을 보았었는데...

그때의 나도 굳이 왜 저 작은 작품을 보기 위해 혼란스러운 인파 속에서 아둥바둥거려야 하는지, 보고 나서도 큰 감흥이 남지는 않았었는데...

저자는 오히려 다빈치의 다른 그림에 눈길이 갔다고 했습니다.

<암굴의 성모>와 <라 벨 페로니에르>.

그 이유는 흔히 다빈치의 트레이드마크로 알려진 '스푸마토'라는 기법-그림을 그릴 때 얼굴이나 신체와 배경 상이의 경계를 하나의 선으로 표현하지 않고 섬세한 덧칠을 통해 부드러운 명암이 나타나게끔 하는 방법-인데 이 두 작품에서는 스푸마토 기법이 강조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든다고 하였습니다.

감히 위대한 다빈치의 테크닉을 두고 왈가왈부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거장이라고 해서 모든 감상자의 취향을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다. 여러 작품을 볼 때, 다수의 견해("역시 다빈치 최고!")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만의 예술적 취향을 가다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연습이 곧 예술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즐길 수 있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본다. - page 31

'미술을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

이 책을 통해, 저자에게서 배운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한' 미술 즐기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 낼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이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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