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단한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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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중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역사의 흐름이 새롭다고 할까!

특히나 이 책이 흥미로웠던 건 바로 '식물 상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식물이 배에 실려서, 씨앗으로 이동하였다고 여겼었는데 한 식물 애호가의 호기심으로 인해 식물이 상자를 통해 전 세계를 횡단하게 되고 나아가 원예업계와 농업계에 변혁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산업 구조와 근대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한 식물 애호가인 '워디언 케이스'의 저도 한 번 좇아가보고자 합니다.

수많은 식물과 인간의 열망을 싣고 세계를 횡당한

식물 운반용 상자, '워디언 케이스'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워디언 케이스의 첫 여정은 실험이 목적이었다. - page 7

1829년, 외과 의사이자 아마추어 박물학자인 '너새니얼 백쇼 워드'는 나방 부화를 관찰하기 위해 밀폐된 유리병에 흙, 마른 잎, 나방의 번데기 등을 넣었습니다.

마침내 나방이 부화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유리 용기에 담긴 고사리와 이끼가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오랫동안 살아 있다는 사실 또한 발견하게 됩니다.

"양치류가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이 무엇이었을까?"

이에 대해 워드는 병 속은 검댕이 없고 빛이 들어와 온도는 항상 따뜻하며 유리 표면에 끊임없이 생성되는 물방울로 습도가 촉촉하게 유지되는 작은 환경이 연출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 후 그는 몇 년간 실험을 거듭하여 적당한 햇빛만 있으면 몇 개월이고 식물이 생존할 수 있는 밀폐형 유리 상자를 발명하게 됩니다.

바로 '워디언 케이스'



워디언 케이스가 발명되기 전엔 살아 있는 식물을 운반하는 것은 어렵고도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종자를 보낼 수도 있지만 많은 식물의 종자는 수분이 말라버리면 죽고, 특히 기름이 많거나 열대지방에서 나온 종자일 경우 습한 곳에 보관하면 곰팡이가 피기 일쑤.

게다가 계절에 따라 종자 채집이 적합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해소시켜준 것이 다름아닌 워디언 케이스였습니다.

이 상자를 처음 대규모로 사용한 곳은 상업적 종묘업 회사였는데, 이들은 워디언 케이스의 기술적 가치를 알아보고 재빨리 상자를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큐 왕립 식물원과 런던 왕립 원예 학회 등 세계 유수의 식물 관련 기관들이 필요에 맞게 워디언 케이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그렇게 관심 있는 나라들이 모두 워디언 케이스를 사용하게 되면서 전 세계에 퍼진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운반되었고, 상업적으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한 선장이 묘사한 대로 워디언 케이스는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발명품이었던 것입니다.

식물학계와 원예업계를 발전시켰다는 긍정적인 역사뿐 아니라, 제국주의 세력이 식민지 플랜테이션의 핵심적 요소로 상자를 이용했던 부정적인 역사도 있었습니다.

선교사였던 존 월리엄스는 난쟁이 캐번디시 바나나가 잠재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워드에게 이 바나나나무를 유리 상자에 담아 가져오라 합니다.

마치 '위대하고 정당한 대의'라는 명목하에 경제성 높은 작물을 이식하여 이득을 창출하고 "물질적으로 선교사와 토착 원주민 모두에게 심리적 안도감을 더해줄 뿐 아니라, 유아적이고 미개한 마음을 위대하고 정당한 대의를 아는 상태로 이끌기에 아주 효과적"이라면서 말입니다.

자국의 위상을 떨치겠다는 제국주의적 목표와 그 세력을 확장해 인도에서는 차를,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는 고무를,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커피를 대규모로 농작해 식민지의 영토와 산업 체계를 장악하게 되고 이러한 영향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각 국가에서 대표적인 수출품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또한 조경과 정원에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인동덩굴 같은 식물의 유입은 미국 동부 전역의 삼림 지대에 퍼져나가 아메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침입종이 되기도 하고 식물과 함께 딸려 온 흙으로부터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벌레 유입 등으로 워디언 케이스를 '워디언 케이지'라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사태에 워디언 케이스는 새로 정립된 검역 체제에 따라 식물을 운반하는 즉시 소각되게 되고 항공기가 편리한 식물 운반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필수적인 존재로 주목받았던 워디언 케이스는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되었습니다.

식물을 전 세계로 운반하는 데 기여했던 '워디언 케이스'.

이 상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자연은 항상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우리 역사는 이 점을 반영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많은 역사적 기록에서 대체로 물류에 대한 관점은 빠져있다. 하지만 식물을 운반한 상자에 초점을 맞추면 현대 역사에서 집단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세계적인 식물의 이동이 한눈에 파악된다. 전성기였던 19세기에는 수만 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천 개의 워디언 케이스가 전 세계를 누비며 식물을 운반했다. 마시고 먹고 냄새 밭고 입는 우리의 선택이 식물의 이동으로 변혁을 맞이했다. 이 모든 변화를 목격한 물건, 그것이 바로 워디언 케이스였다. - page 19

지금 우리가 사는 환경과 일상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워디언 케이스가 남긴 흔적을 따라 얽힌 세계사 여행.

너무도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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