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 여자는 잠으로 낙하한다. 마치 빗방울처럼. 수면이라는 단어의 '수'라는 글자에는 졸음과 잠 외에도 꽃이 오므려지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다. 자기 안으로 웅크리고, 동시에 자기를 내던져도 잠의 종착역은 안전하다. 웃기지 않은가. 추락해도 죽지 않는 절벽이라니. 세상에 그런 게 또 있을까? 오직 잠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가. - page 120
여름, 한낮, 잠으로 뛰어든 여인.
묘하게 빠져들어 오랫동안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실제로 푸름은 손안에 쥘 수 없는 색이다. 다만 시선을 멀리, 그리고 높이 가져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산, 거리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 그 너머의 수평선과 지평선. 그곳에 펼쳐진 푸름은 우리가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난다. 투명하게 사라진다. 푸름은 여기와 거기의 사시에, 그 거리 속에 존재하며, 바라보고 가까워지려는 시도 속에서만 유효하다. - page 14
푸른 기운은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제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푸른색들.
오늘은 조심스레 푸른 그림 속에, 푸른 하늘에 시선을 머물러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