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청량감이 느껴지는 색, 블루.

하지만 한편에선 우울함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블루'를 이현아 작가는 유년과 여름, 우울과 고독에 관해 '푸른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고자 하였습니다.

블루...

이젠 그 어떤 색보다 따뜻한 색이 될 것 같았습니다.

내 안의 고독과 불안에 위로를 건네는

푸른 그림에 관한 이야기

여름의 피부



나 같아서,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몇 번씩 읽어보는 문장들은 몇 가지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내 펜을 놓는다. 그리고는 그저 내게 남은 아름답고 푸른 기억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_이와 (영화감독)

책을 읽으면서 저도 공감했었습니다.

때론 너무 날카롭게 다가와서.

때론 너무 포근히 다가와서.

뭔가 두리뭉실 하면서도 확실한 그런 느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결국 마지막에 남은 건 '블루'였습니다.

이렇게 한 가지 색을 통찰해 본 적이 있었나...

푸른색이 가진 오묘하고도 복잡한 스펙트럼은 우리 모두의 감정 중 하나를 그려내고 있었고, 그래서 가슴이 아팠었고 눈물도 났고...

이토록 투명했던 블루에 저 역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의 그림을 볼 때마다 푸른 기운을 감지한다. 그것은 자신 안으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자의 시선에서 비롯한다. 앞이 아니라 뒤로 발걸음을 디딜 때 생기는 약간의 공간과 그늘. 그 물러남의 태도가 발하는 색.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블루다. - page 94

제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았던 그림.

피에르 본콩팽 <태아처럼 웅크린 여인>.



그림 속 여자는 잠으로 낙하한다. 마치 빗방울처럼. 수면이라는 단어의 '수'라는 글자에는 졸음과 잠 외에도 꽃이 오므려지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다. 자기 안으로 웅크리고, 동시에 자기를 내던져도 잠의 종착역은 안전하다. 웃기지 않은가. 추락해도 죽지 않는 절벽이라니. 세상에 그런 게 또 있을까? 오직 잠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가. - page 120

여름, 한낮, 잠으로 뛰어든 여인.

묘하게 빠져들어 오랫동안 바라보곤 하였습니다.

실제로 푸름은 손안에 쥘 수 없는 색이다. 다만 시선을 멀리, 그리고 높이 가져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산, 거리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 그 너머의 수평선과 지평선. 그곳에 펼쳐진 푸름은 우리가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난다. 투명하게 사라진다. 푸름은 여기와 거기의 사시에, 그 거리 속에 존재하며, 바라보고 가까워지려는 시도 속에서만 유효하다. - page 14

푸른 기운은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제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푸른색들.

오늘은 조심스레 푸른 그림 속에, 푸른 하늘에 시선을 머물러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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