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돌이
전건우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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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유독 하나의 장르만은...

읽지를...

바로 '공포'입니다.

원래 사람이 더 무서운 존재인 걸 알지만... '귀신'이란 존재는 그냥 무섭습니다.

그래서 여름에 '공포' 관련된 이야기, 영화는 보지도 않고 살아왔었는데...

이번에 큰맘 먹고!

읽...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전건우' 작가분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기에, 『살롱 드 홈즈』란 작품을 재미나게 읽었기에, 믿고 읽을 수는 있지만...

또다시 주저하게 되는 이 마음.

그래도 같이 읽어주는 이들이 있기에 맑은 날 오후에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담이지만...

읽는 중 갑자기 내리는 비는... 뭐지...?!!

분명 날이 밝을 때 읽었는데 어느새 어두운 밤이 되어 잠 못 드는...)

"열세 살 때의 친구 같은 건 다시 생기지 않는다."

매끄러운 스토리텔링과 친숙한 소재로 신선한 스릴을 선사하는

'밤의 이야기꾼' 전건우의 오싹한 모험담!

소용돌이



나는 죽음의 뒤를 쫓는다. 그놈은 영악하고 재빠르다. 한발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인간의 목줄을 틀어쥐고 우악스럽게 꺾어버리는 찰나를 놓치기 십상이다. - page 9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랍시고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유명 여성 잡지의 에디터에게서 '소울'이 없다는 개뼈다귀 같은 소리를 듣던 그 '최민호'.

그러다 그가 지하철에서 자살하는 남자의 마지막 순간을 찍게 되고 월간지 편집장으로부터 앞으로도 이런 사진이 있으면 꼭 연락 달라는, 인정을 받게 되면서 '죽음 전문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관광버스가 가드레일을 뚫고 육 미터 아래 강변으로 떨어진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

헝클어진 퍼즐처럼 뒤죽박죽이 된 차 안을 향해 망원렌즈를 들이밀던 그때, 뷰파인더에 그것이 잡히게 됩니다.

소용돌이 모양의 막대사탕.

사탕을 보는 순간, 소용돌이무늬라는 사실을 깨닫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눈앞이 흐려지고 뒷골이 당겨왔다. 내가 술 취한 딱따구리라 부르는 편두통이 엇박자로 머리통을 쪼아댔다. 딱따닥, 따다다닥, 딱따라닥닥. 그에 맞춰 식은땀이 샘솟았다. 어지러웠다. 토하고 싶었다. 누가 목구멍을 억지로 벌리고 고무호스를 쑤셔넣는 기분이었다. - page 14

빌어먹을 소용돌이.

소용돌이 공포증은 꼭 그악스러운 빚쟁이 같다는 생각을 하던때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여보세요? 최민호 씨 핸드폰입니까?"

상대방은 흠흠, 헛기침을 하더니 그렇게 물었다.

"네, 그런데요?"

귀에 익은 말투였다.

"나다, 길태. 기억나나?"

...

"유민이가 죽었다. 이유민이 그 자식이 죽었다, 어제." - page 15 ~ 16

지난 오 년 동안, 그 누구보다 죽음과 가깝게 지냈던, 아니 사바나의 창공을 맴돌며 썩은 고기를 찾는 독수리처럼, 피 냄새에 이끌려 기웃기웃 다가가는 하이에나처럼 늘 죽음을 기다렸던 그에게 유민의 부고를 들은 순간, 죽음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불편하게 느껴지게 됩니다.

유민은 왜 죽었을까? 다른 녀석들도 올까?

혹시....... 혹시...... 그놈이 다시 돌아온 건 아니겠지? - page 18

민호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안주시 안주읍 광선리를 향해 가면서 나신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1991년 여름, 그때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민호.

그곳은 광선리였고 광선 국민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학기 중간에 전학 온 서울 놈한테 먼저 다가오는 친구 한 명 없었던 그에게 처음으로 다가와 준 '김창현'.

창현은 그를 데리고 자신의 비밀 아지트에 데리고 가고 그곳에서 '독수리 오형제'를 결사하게 됩니다.

김창현(건), 최민호(혁), 이유민(뼝), 박길태(용), 조명자(수나).

방과 후 독수리 오형제는 모여서 탐정놀이도 하며 우정을 쌓던 중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은 순순한 마음에서 시작된 일이 연쇄살인사건으로 이어지게 되고...

자신의 친구 유민 역시도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또다시 연쇄살인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사인은 '익사'.

하지만 이들이 익사가 될 만한 장소도 아니었고... 기묘한 이 사건의 전말.

유민을 제외한 남은 친구들은 무사히 살아돌아갈 수 있을까?

쉼 없이 몰아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작가는 우리를 몰아놓았습니다.

소설은 25년 전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가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무섭고도 비극적인 모험을 겪은 후 주인공들.

시간이 지나도록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얽매여 있었지만 결국 다시 뭉쳐 '함께' 과거를 떨치고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생은, 산다는 것은 이리도 고통스럽다. 그래도 살아가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 page 493

나는 내 앞에 펼쳐진 길고 긴 도로를 바라봤다. 이 길의 끝이 행복일지 불행일지 알 수는 없었다. 옛날의 우리가 미래를 짐작할 수 없어 짜릿한 나날을 보냈던 것처럼, 사실 삶이란 예측할 수 없는 모험에 몸을 맡기면 신나게 흘러가는 법. 나는 길의 끝 따위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행복인지 불행인지 벌써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명자가 있다는 사실뿐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나는 삶의 뒤를 좇아 가속페달을 밟았다. - page 528

흥미로웠던 소설.

하지만 자꾸만 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한 소리.

어디어디 숨었니?

아아아아아아.

역시나 무서운 건 무섭다는 거.

싫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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