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곰돌이 '푸' 이름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는데...
어멋!
너무 깜찍한 이유(?)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집을 나와 숲길을 걷다 커다란 떡갈나무 한 그루에서, 그 나무 꼭대기에서 시끄럽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듣고 혼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저기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뜻이야. 아무것도 없는데 저렇게 윙윙거리고 또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릴리가 있겠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는 건 누군가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는 뜻이야.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저렇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는 건 꿀벌 말고는 없어." - page 19
"그리고 꿀을 만드는 건 나보고 먹으라는 말이지." - page 21
어쩌지...
이 엉뚱함이란...
그렇게 꿀을 좋아하는 푸는 나무 위로 올라가다 그만 떨어지고 맙니다.
포기하지 않고 크리스토퍼 로빈에게 달려가 풍선이 있냐고 묻습니다.
왜 풍선...?!
"풍선에 매달려서 꿀을 따면 꿀벌들 몰래 가까이 다가가기 좋아. 네가 만약 초록색 풍선을 든다면 그냥 나무에 달린 잎사귀처럼 보여서 꿀벌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어. 만약 파란색 풍선을 든다면 그냥 하늘처럼 보여서 꿀벌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지. 그렇다면 문제는 어느 풍선이 더 그럴싸하게 보일까 하는 점이야." - page 26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니!
그렇게 파란 하늘에 뜬 조그만 먹구름처럼 보이고자 진흙탕으로 가서 온몸을 까맣게 만들고는 파란색 풍선을 두둥실 떠다니게 됩니다.
"그럼 네가 여기로 우산을 가져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우산을 쓴채로 왔다 갔다 해. 그러다가 가끔 날 올려다보면서 이렇게 말해. '쯧쯧, 비가 오려나 보네.' 그게 우리의 벌들 속이기 작전에 도움이 될 거야." - page 30
벌들이 속을까?!
결국 크리스토퍼 로빈이 푸의 풍선에 방아쇠를 당겨 땅으로 내려오게 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풍선 줄을 잡고 있었더니 그만 푸의 두 앞발이 꼼짝없이 굳어버렸어. 일주일도 넘게 두 앞발을 번쩍 든 채로 지내야 했다니까. 파리가 날아와서 푸의 콧잔등에 앉으면 입으로 바람을 푸푸 불어서 쫓아내야 했어. 아마도 말이지, 그게 푸가 푸라고 불리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어. - page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