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몸은 마지막 실낱같은 온기의 불씨마저도 꺼져가고 있었다. 그 순간,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기나긴 터널 끝에서 한 줄기 빛과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나지막한 음성이 희미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사우디 집사! 피터!"
"자네는 내가 되고 난 자네가 되었네."
"이제 길고 길었던 그 죽음의 어두운 터널에서 떠나가게."
...
그 실체는 바로 살바토르 문디! 그 자체였고 구세주였다. - page 10 ~ 11
그리곤 시간은 거슬러 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피터는 한국에서 치열했던 대학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50 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에 입학합니다.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 500년 역사상 유일하게 한국인 학생으로 선발되어 교육과정을 우수하게 이수하고 수석으로 졸업하게 된 피터는 일하고 싶은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됩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 가문,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우디 국왕 반살림 가문.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이곳들 중에 그가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사우디 반살림 왕가의 집사였습니다.
황량한 사막!
맥주 한잔도 제대로 마실 수 없는 금주의 나라!
석유 왕국!
도대체 왜 이곳을 선택했을까...?
하지만, 사우디를 선택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우디 제다 건설 현장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때문이었다. - page 17
그렇게 그는 사우디 오아가에서 집사로 일하게 되고 왕궁 내에 비밀리 보관하고 있던 '살바토르 문디'라는 작품을 접하게 됩니다.
그와는 인연이 있었던(?) 살바토르 문디.
집사학교 교양 필수과목인 다빈치의 작품세계 연구 강의에서 그는 살바토르 문디를 주제로 선택하여 동기생들과 열띤 토론을 펼치곤 했었는데 이렇게 500년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의 눈앞에 존재하다니.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기억 속에서 놀라움과 경외심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내 앞에 펼쳐졌다. 갑자기, 누군가 내 마음의 문을 강하게 세 번 쿵! 쿵! 쿵! 두드렸고 내가 마음의 문을 열자, 거센 폭풍우 속 한가운데 고요한 폭풍의 눈처럼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살바토르 문디! 구세주가 내 안에 들어와 내 온몸을 완전히 휘감았다. 일순간 내 심장과 두 눈은 마치 불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그 순간 나는 살바토르 문디가 되고 살바토르 문디는 내가 되었다. - page 90
피터는 이 작품의 신비한 능력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그의 눈앞엔 상상도 못할 일들이 펼쳐지게 되는데...
전 세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반살림 왕과 그레이스 왕비, 자밀라 공주, 미술 관리인 제임스 쿡 등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 스펙터클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습니다.
러블리 수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슬픔이 찾아오기도 하죠. 러블리 수는 그런 면에서 어려움들을 잘 이겨내며 살아온 것 같아요."
"네. 부모로부터 버려진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던 남자를 작전 중에 잃게 된 기구한 인생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순간들이 한 줌 한 줌 모여서 지금, 바로 이 순간 단단한 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항상 깨달아요." - page 176
그리고 자밀라 공주가 했던 말.
"어려서부터 어머니께 그 태몽을 듣고 항상 사우디 여왕이 될거라는 소망을 갖고 살아왔어요. 아마 그 누구도 제가 사우디 최초 여성 외무장관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물론 전 현재 왕세자 서열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하지만 원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그 찬란한 꿈을 향해 걸어간다면, 세상은 변하고 언젠가 그런 날이 올 수 있다고 믿어요." - page 208
이들의 말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피터와의 만남은 다음을 기약하고 있었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를 기다리며
마사할 카이르! (아랍어 저녁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