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고 싶다는 말 - 공허한 마음에 관한 관찰보고서
전새벽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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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예뻤습니다.

특히나 요즘 날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찰나였는데 다정히 건넬 작가의 이야기에 마음을 기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위로를 선사해 줄지 기대하며...

마음이 곰팡곰팡한 이들에게 보내는

따사로운 햇볕과 같은 공감과 위로

닿고 싶다는 말



저자는 글쓰기의 목적이 소중한 것들에게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흔한 '힘내'라는 격려도 화려한 미사여구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담담한 고백이 더 와닿았고 다정히 손을 건네주었다고 할까.

일부러 감성이 몰랑했던 새벽에 읽으면서 기대었던 책.

따스했습니다.

저도 참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걱정인 바로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남의 눈치를 그렇게 보지 않아도 되는데...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가슴 앓이...

삼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제자리다. 나는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신경을 쓰고, 혹시라도 점수가 깎일까 봐 전전긍긍하며 산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저 사람은 점수표를 꺼내 마이너스 십 점을 매기겠지.' 그런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하면서 산다. 실은 점수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 졸이며 살아가고 있다. - page 27

제 마음을 알아주는 이 문장.

그리고는 다정히 건넨 이 말.



무엇보다 공감했던, 아니 제 이야기와도 같았던 <타인을 외롭게 만든 죄>.

임신했을 때 산전 우울증을 앓았었기에 그런 저에게 서운함을 표현했던 남편의 모습이 또다시 그려지면서 울컥하였습니다.



그땐 그랬었지...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과 내 마음과 저자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책을 덮으면서는 다정히 건넬 수 있었던 한 마디.

"고맙습니다!"

조심스레 건넨 인사가 쑥스럽기도 하고 참...

저자는 한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 사이에서 방황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그는 더 아픈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마음이 닿았으면 했다고 했습니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는 마음의 감기 같은 거라고.

당신은 결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세상 모든 것과 연결된 존재라고.

혹여 혼자라는 마음이 들면 닿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결국 마지막에 전한 그의 이야기.



누군가에게 닿고 싶다는 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자는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건네주니 정말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건넨 이 손.

왠지 놓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자 마치 나를 유심히 바라봐온 것마냥 큼지막한 달이 빛나고 있었다. 공기가 깨끗해서 그런가. 환하지만 눈부시진 않은 달빛이 여과 없이 밤의 풍경을 비추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깨달았다. 나는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재미나고 새로운 것들을 향해, 권태와 외로움과는 먼 것들에게, 나를 다정하고 의욕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향해, 닿고 싶다는 말을 하는 중이었다. - page 194

우리가 손을 잡는다는 건, 그동안 말 못 하게 외로웠다는 내밀한 고백인 동시에, '너도 힘들었지'라는 공감의 제스처다. 그리하여 우리는 동질적인 외로움을 통해 서로를 좋아하기 시작하고, 상대방에게 닿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몹시도 불완전한 존재라는 걸, 필연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늘 그렇게 연결된 채 살아왔다는 걸, 비록 몸이 나뉜 것처럼 보여도 실은 살아 있는 것 모두가 하나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 page 231 ~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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