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엔 25가지의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뇌수술로 목숨을 건진 사람, 세상을 떠난 사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바는 바로...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초연함과 연민 사이에서 그리고 희망과 현시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외과 의사의 시도와 실패에 대한 것이다. 뇌를 수술하는 외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고 내 실패담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이 책으로 의사와 환자가 만날 때 서로가 느끼는 인간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 page 9
의사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기에 그들의 통제 밖에 있는 일들이 많을 것입니다.
수술을 해야할지, 어떻게 수술을 해야할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있는 그들.
극적으로 환자를 살려내면 깊은 보람이 있겠지만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무시무시한 결과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우리에게 괜찮은 죽음을 위한 최선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고통이 없어야겠지만 죽음에서 고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의 의사들처럼 나도 온갖 형태의 죽음을 봐왔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어머니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신 건 정말이지 커다란 복이었다. 내가 죽는다면 나는 심장마비나 뇌졸증으로 기왕이면 자는 동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 복은 그리 쉽게 오지 않으리란 걸 잘 안다. 목숨만 간신히 붙어 있어 오늘내일하며 얇은 끈처럼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어머니는 교회를 다니셨지만 나는 신앙도 없다.
순간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면 내 삶을 돌아보며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그 한마디가 고운 말이 되었다면 하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의식을 차렸다 잃었다 하는 동안 모국어인 독일어로 이렇게 되뇌셨다.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했어." - page 274 ~ 275
결코 쉽지 않은 순간인 '죽음'.
책 속의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솔직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에 글자들이 흐릿해지고...
하나의 에피소드를 읽고나면 깊어지는 한숨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책을 읽기가 어려웠었습니다.
그래도 읽고나니 참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사는 것에만 치중했기에 이렇게 숨쉬는 오늘의 소중함을 미처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나도 마지막 순간에 '멋진 삶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운이 좋으면 몇 개월을 더 벌 수도 있습니다."
애써 태연한 척 말했지만 충격을 누그러뜨리려고 몇 분 전에 그들에게 혹독하게 이야기한 것이 너무도 후회가 됐다. 희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이었다. 조그만 방을 나와 어두운 병원 복도를 걸어가며 다시 한 번, 인간은 어째서 삶에 그토록 간절히 매달리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지 않으면 훨씬 덜 고통스러울 텐데. 희망 없는 삶은 가뭇없이 힘든 법이지만 생애 끝에서는 희망이 너무도 쉽게 우리 모두를 바보로 만들 수 있는데. - page 196
이렇게 끄적이면서도 울컥하게 만들어버리는 이 책.
그럼에도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모두가 괜찮은 죽음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