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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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관심이 많아(정작 식물킬러이긴 하지만...) 관련된 책도 어느 정도(?) 읽어보긴 하였습니다.

그동안 읽은 책들을 살펴보면 식물학자가 전하는 식물에 대한 지식이라든지 식물을 키우면서 에세이 등.

그런데 이 책은 달랐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원천을 제공해 주는 식물을 이해하려고 그들 자리에 서보려고 애쓸 때 우리는 더 인간다워진다. 식물이 우리의 불멸성을, 잃어버린 능력을, 눈먼 에고가 고삐를 틀어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다시 작동시켜주기를. 아니면 그저 우리를 매혹하고, 놀라게 하고, 뒤숭숭하게 마음을 흔들어주기를 바라자. 우리가 식물 덕에 느끼는 이 감정들은 어쩌면 본래 식물에서 온 것인지 모른다." - page 204

이 문구를 마주했을 때 솔직히 놀라웠습니다.

그동안 내가 알던 식물이 광범위한 감정(공포, 분노, 감사, 욕망, 질투, 연민, 연대, 기대 등)을 느끼고 자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단순하게 혹은 복잡하게 공유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이.

그렇다는 것은 그동안 식물들이 우리를 바라봤을 때 얼마나 답답했을지 상상이 안 될 뿐만 아니라 그들만의 표현 방식이 궁금하였습니다.

공쿠르 수상 작가가 전하는 식물의 놀라운 발견과 모험.

흥분되었습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식물의 은밀한 감정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식물의 놀라운 지능과 감각, 상상력, 생존본능, 인식 능력에 대하여 세계 최고의 식물학자, 인류학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왜 이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면 저자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전한 이야기가 그 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원숭이를 조상으로 뒀다는 건 자랑하면서 우리의 기원이 식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주 잊는다. 지구상에서 이루어진 진화의 증인인 화석이 말해주듯, 어느 날 동물로 변한 태초이 해조류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를 식물 뿌리부터 지금의 인류까지 이끌어줄 신화적인 인식의 모험을 떠나보자. - page 15



우리는 꽃식물이 1억 4천만 년 동안 후손을 보장하기 위해 저들에게 필요한 곤충들을 상대로 유혹의 기술을 발휘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 식물이 생겨나고 1억 3천 5백만 년 후에 지구에 출현한 인간에게도 식물의 관심이 쏠렸으리라고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식량과 관계된 이유 뿐만 아니라 향기와 맛, 색채와 아름다움에 끌렸던...

그래서 서로 최고 동맹이 될 수 있는 인간이 배신을 해 갑자기 최악의 포식자로 돌변한다면...?

산림파괴에 공해 피해까지, 유전자 조작에 몰수 특허 취득까지.

식물에게 공공의 적 1호가 된 인간.

펠트는 "곤충의 출생 제한은 다양한 식물 종들이 실행하는 활동이고, 인간이 채택하기 훨씬 전부터 자연에서 쓰이던 전략이다"라고 말한다. - page 56 ~ 57

우리 종에게는 불행하게도 식물의 유혹이 우리 인구를 조정할 목적의 책략으로 바뀌었는지 모르지 않나? 우리가 과도하게 산림을 벌채해 자살과 다름없는 광기를 저질렀어도 식물계는 아직 지구 생물 총량의 99%가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식물 없이는, 식물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산소와 식량 없이는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그러나 식물은 우리가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살 수 있다. (식물은 이미 오래전에 그걸 증명해 보였다.) 인간이 20세기 말에 유전자변형으로 식물의 여러 종에 겪게 한 극단적인 가학행위와 식물들이 만들기 시작한 최초의 인간 피임제가 동시대로 보인다. 단순한 우연일까? 자연은 인간과 달리 그 어떤 것도 이유없이 행하지 않는다. - page 57 ~ 58

식물들은 모습을 바꿔가며 공격과 방어를 하고, 동맹을 만들고, 사냥하며, 음모를 꾸미고, 그들의 공포와 고통, 기쁨과 감격을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인간을 인식하고, 인간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인간의 감정에 반응하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식물에게 우리는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인가?

식물이 우리의 존엄한 동반자임을 인식해야 함을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읽고 난 뒤 제 태도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당연시 여겼었던, 아니 이런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기에 식물에 대해 하대했었던...

이제라도 식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배우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이 손을 잡고 식물들을 바라보며 아이에게도 이 말을 전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 식물도 감정을 느끼고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고.

그러니 귀를 기울여 들어줄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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