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이는 파도 소리의 역동감도 좋지만 이런 평화로운 고요.
이 고요가 제 주위도 감싸주고 있어 참 좋다...라고 표현해야 할까...
느낌이 좋았습니다.
'호주'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코알라' '캥거루'였습니다.
그렇다는 건 동물에 대해 보전과 보호,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해 노력하기에 이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이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당연한 것이 지금의 우리는 어떠한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고 이 동물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파스타 이름으로 친근한 '투움바'.
소박하고 작은 도시라지만 '가든 시티'라는 별명처럼 엄청나게 많은 꽃과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곳의 중요한 행사인 플라워 페스티벌을 바라보면서 전한 이야기.
투움바의 퍼레이드가 특별했던 건 딱히 보여줄 뭔가가 없는 사람들도 무대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인 채로 거기 존재했다. 리우 카니발이나 뉴욕의 퀴어 퍼레이드 같은 데서는 온갖 사람들이 작정하고 화려한 차림으로 쏟아져 나와 끼와 개성을 방출한다. 투움바에서도 그런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행렬을 구성하는 많은 이의 모습은 소박하기 짝이 없었다. 아기들이나 노인들은 차에 탄 채로,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밀거나 누군가의 손을 잡고서 느리면 느린 대로 행진했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체격이 크거나 작거나, 피부색이 어떻거나 상관없이. 종교와 인종, 성 정체성, 나이와 직업을 떠난 지역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햇볕 아래서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고 따뜻한 박수와 눈인사 손 인사와 환대를 받으며 자신의 속도로 걸어갔다. - page 170
그리고 덧붙여진 이야기는 저에게도 경종을 울려주었습니다.
해외여행을 처음 경험한 어린 시절, 외국에는 왜 이렇게 장애인이 많이 보일까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부끄럽지만 지름은 안다. 외국에 장애인이 많은 게 아니었다. 한국의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오지 못하는 거였다. 그래서 우리 눈에 안 보이는 거였다. 함께 걸어야 할 거리를, 같이 차지해야 할 무대를, 받아야 할 박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
어설프고 귀여워서 웃다가, 하도 웃어서 눈물이 났다. 눈물을 흘리다 보니 진짜로 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젊고 아름답고 균질한 존재들만이 무대에 오르고 매순간 엄격하게 평가받는 한국에서, 내가 가장 멀리 와 있다고 느낀 여행의 순간이었다. 꽃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을 봤다. - page 170 ~ 171
이들의 모습이 점점 퀸즐랜드와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브리즈번 공항 출국장을 통과할 때 마주한 문장처럼 또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Keep the Sunshine.
단순히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닌 여행의 의미를 퀸즐랜드주의 햇살처럼 그들의 삶의 색깔을 밝혀주었습니다.
그리고 고스란히 저에게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따스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덮고서도 잠시 그 햇살에 기대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