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지음 / 해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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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그의 여행에 동행했습니다.

『베를린 일기』

고독한 도시 베를린에 90일간 머물면서 매일 한 편씩, 허풍에서, 입담에서, 구라에서, 진실과 진심을 느꼈던 그의 이야기.

그의 매력에 빠졌다고 할까.

그래서 찾아보니 여행기가 또 있었습니다.

벌써부터 피식! 웃음이 나는데...

이번 중남미에서는 어떤 매력을 뿜으실지 기대하며 그의 여행에 또다시 동행해 보았습니다.

"오늘은 이만큼만.

생의 모든 순간을 들떠 있거나,

상처받은 채 살아갈 순 없으니까"

웃다 보면 가슴이 짠해지는 여행기

읽다 보면 빛을 발하는 세상살이 요령

40일간의 남미 일주



2019년 7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멕시코부터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까지 6개국.

나홀로 배낭여행을 이어나가며 또 한 번 유감없이 '호구 기질'을 발휘한 그의 여행기는 역시나 재미와 공감을 자아내면서 여행의 매력이 무언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도 아니었고, 한 시간 동안 파도에 역행한 탓에 지쳐서도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도록, 한다고 해왔는데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지내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만이 내 일상이 돼버렸다.

...

물론, 일상을 사랑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크루아상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글을 쓰고, 매일 걷고 달리고, 아이를 돌보고 아내를 일터로 태워다 주고 데려오는 내 일상은 소중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 이런 일상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잊어버린 채, 나는 스스로 만든 공장의 부품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하더라도, 그 단순한 삶을 좀 더 충실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일상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일상을 지키다 보니, 내가 왜 이런 일상을 구축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맹목적인 일상의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 page 394 ~ 395

그는

'즐겁게 사는 것 빼고, 달리 생에서 뭐가 필요한가'

'더 잘 살고 싶어서'

여행을 통해 불안의 노예로 지냈던 지난 일상을 되돌아보고 있었습니다.

형형색색.

흥겨운 음악과 살가운 사람들.

그들을 표현한 단어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가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

그들은 자기 생에 충실했다. 적어도 내가 공연을 본 삼십 분 동안만큼은, 한순간도 충일하지 않게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직업 예술인이다. 그렇기에 창작은 물론, 창작에 관련된 모든 행위가, 이를테면 '삶을 위한 쟁기질'이 돼버렸다. 그렇기에 쟁기질이 즐겁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10년동안 매일 똑같은 밭에 나가 온종일 밭을 갈았는데, 그것이 어찌 마냥 즐겁기만 하겠나. 하지만, 이들에게는 진정으로 즐거운 것이었다. - page 303

역시나 읽으면서 자꾸만 삐져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젠 '국제 호구'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그의 모습.

(죄송하지만 너무 웃겼어요...)

무엇보다 그의 일기에서



ㅋㅋㅋ.

근데 더 웃긴 건 굳이 이 글자를 하나씩 읽어내려간 내 모습이었습니다.

한식이,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채워나간 페이지들.

인상적이다를 넘어 강렬했습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여행의 감각, 소중한 일상의 감각을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고 세상살이를 유연히 대처하는 자세.

아...

저도 짐을 꾸리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지금은 어느 정도는 포기했다. 그렇기에 될 대로 되라,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불안하다.

이게 여행의 본질이다. 아프고, 낯설고, 신기하고, 불편한 것. 하지만 때가 되면 떠나고 싶은 것.

그렇기에 나는 이번에도 짐을 꾸린 것이다. - page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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