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일부터 8월 11일까지.
멕시코부터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를 거쳐 브라질까지 6개국.
나홀로 배낭여행을 이어나가며 또 한 번 유감없이 '호구 기질'을 발휘한 그의 여행기는 역시나 재미와 공감을 자아내면서 여행의 매력이 무언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도 아니었고, 한 시간 동안 파도에 역행한 탓에 지쳐서도 아니었다. 지난 10년간 적어도 나 자신에게만큼은 부끄럽지 않도록, 한다고 해왔는데 대체 내가 왜 이러고 지내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이다. 그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것만이 내 일상이 돼버렸다.
...
물론, 일상을 사랑한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 크루아상과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글을 쓰고, 매일 걷고 달리고, 아이를 돌보고 아내를 일터로 태워다 주고 데려오는 내 일상은 소중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왜 이런 일상을 선택했는지 이유를 잊어버린 채, 나는 스스로 만든 공장의 부품으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하더라도, 그 단순한 삶을 좀 더 충실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일상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 일상을 지키다 보니, 내가 왜 이런 일상을 구축했는지 잊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맹목적인 일상의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
이제 알 것 같다. 돌아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 page 394 ~ 395
그는
'즐겁게 사는 것 빼고, 달리 생에서 뭐가 필요한가'
'더 잘 살고 싶어서'
여행을 통해 불안의 노예로 지냈던 지난 일상을 되돌아보고 있었습니다.
형형색색.
흥겨운 음악과 살가운 사람들.
그들을 표현한 단어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가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즐길 줄 아는 그들의 모습.
그들은 자기 생에 충실했다. 적어도 내가 공연을 본 삼십 분 동안만큼은, 한순간도 충일하지 않게 노래하고 춤추고 연주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직업 예술인이다. 그렇기에 창작은 물론, 창작에 관련된 모든 행위가, 이를테면 '삶을 위한 쟁기질'이 돼버렸다. 그렇기에 쟁기질이 즐겁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지난 10년동안 매일 똑같은 밭에 나가 온종일 밭을 갈았는데, 그것이 어찌 마냥 즐겁기만 하겠나. 하지만, 이들에게는 진정으로 즐거운 것이었다. - page 303
역시나 읽으면서 자꾸만 삐져나오는 웃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젠 '국제 호구'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쥔 그의 모습.
(죄송하지만 너무 웃겼어요...)
무엇보다 그의 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