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낀 사람은 안다. 안경이 빗방울에 흠뻑 젖으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온통 젖어세상이 흐릿해 보이고, 그건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뜻이고, 내 눈이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은 내게 서글픈 감정을 안겨다 주고, 그러다 보면 이렇게 착각한다. ‘나 지금 우는 거야?‘ 더 자세한 말은 않겠다. - P125
콜롬비아는 사람이 곧 죽어가도, ‘일단 영수증은 받고 죽어라‘라는 인상을 준다. 이 역시 범죄가 활개를 친 뒤, 사회적 신뢰도가추락해 모든 것을 원칙대로 엄격하게 실행하려는 것 때문일까.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 쳐도, 며칠만 지내다 돌아갈 내가 이들 삶의 방식에 이러쿵저러쿵할 자격같은건 하나도 없다. 한 사회의 문화는 어디에서건 자신들이 처한 환경과 지나온 역사를 토대로 결국은 최선을 향해 나아가니까 그건 개인 역시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 P133
어땠느냐고? 내 옆 선베드에 있는, 플로리다로 이주한 콜롬비아계 부동산 중개인 알레한드로가 마이애미부동산 경기를 한 시간 동안 설명해줬고, 나를 버스에서 주먹으로 쳐서 깨운 아주머니는 구아바를 가져와 내 입에 넣어주며 생색을 냈고(자기가 사온 게 아니라, 원래 여행사 측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섬 내 칵테일 바의 바텐더는 내게 "39일짜리 여행이라니. 와우. 꼬레아에서 찾는 사람 없어요?" 하며 친구 없는 내 아픈 현실을 찌르는 질문을 했다.
아무도 나를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콜롬비아인들은 의외로 살갑다는 인상을 준다. - P17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