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 프로 덕질러들의 슬기로운 동거 생활
후지타니 지아키 지음, 이경은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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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가족 형태가 참으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가족'이라 하면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_표준국어대사전

처럼 '부부'를 중심으로 보았다면 요즘의 가족은 부부, 혈연을 넘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가족의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저에겐 김하나, 황선우 작가가 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에서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인상적으로 남곤 하였는데...

1인 가구는 원자와 같다. 물론 혼자 충분히 즐겁게 살 수 있다. 그러다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면 다른 원자와 결합해 분자가 될 수도 있다. 원자가 둘 결합한 분자도 있을 테도 셋, 넷 또는 열둘이 결합한 분자도 생길 수 있다. 단단한 결합도 느슨한 결합도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 앞으로 무수히 다양한 형태의 '분자 가족'이 태어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가족의 분자식은 W2C4쯤 되려나. 여자 둘 고양이 넷. 지금의 분자 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 page 12

'분자 가족'이라는 이 단어.

이제 가족의 의미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보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만난 이들.

흥미로웠던 건 아마도 '덕후' 여자들의 동거라는 점에서였습니다.

'덕질'이란 공통점을 지닌 이들의 왠지 모를 유쾌할 것 같은 동거 이야기가 참 궁금합니다.

집값은 비싸고, 최애 굿즈는 늘어만 가고, 고독사는 죽기보다 싫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덕후 여자 네 명의 유쾌한 동거 생활!

덕후 여자 넷이 한집에 삽니다



책표지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들이 어떤 덕질을 하는지!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아이돌, 밴드, 배우, 연극, 뮤지컬...

제각각인 덕후 네 여자들.

이들이 뭉친 건 '덕후로 살고 덕후로 죽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반세기 넘게 덕질하며 살아온 '후지타니'.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비어가는 통장에 노후가 불안하고 고독사는 싫고...

그럼에도 오래도록 설레고 즐겁게 덕질을 하며 살아가고 싶기에 고민하던 끝에 좋은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연인이나 가족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사회에서 말하는 명확한 이름이 붙여진 관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친한 상대와 함께 살면 '정신적 불안 해소'와 '생활비 감소'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라면 '유형 4. 다시 연인을 찾아서 함께 산다'보다 난이도도 낮지 않겠어? 이 방법 상당히 괜찮잖아! 나 혹시 천재?! - page 33

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게 됩니다.

"우리, 셰어 하우스 안 할래요?" - page 33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넷이서 덕후 셰어 하우스를 하게 됩니다.

책 속에는 셰어 하우스를 꾸리게 된 계기부터 멤버 모집, 집 구하기, 입주, 동거 생활까지 '덕질 메이트' 네 여자가 실제로 동거를 결심하고 실행한 경험이, 종종 그들의 대화가 담겨 있어서 마치 '관찰 예능'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꾸밈없고 왁자지껄한 그녀들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이런 생활을 해 보았으면 하는...

무언가에 빠져들어보지 않았기에 '덕질'을 하는 그 열정이 너무나 멋져 보였고 편하게 굴 수 있는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니기에 좋은 의미로 격식을 차리며 다른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도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마루야마 가쿠타 씨의 최애 데뷔가 결정되면 고기 구울게요. 안타까운 결과라면 죽으로 대신하고.

가쿠타 어떻게 되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되고말고. 그래도 무언가에 빠진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다시 한번 느꼈다. - page 155 ~ 156

모두 각자 맡은 일에 열중하면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 집도 코로나19는 피하지 못하게 됩니다.

혼자였다면 SNS에 떠도는 부정적인 뉴스를 보며 경제적 불안감과 외로움으로 '유리 멘탈'이 됐을지도 모르지만 하우스 메이트들이 있었기에 잘 버티며 살아갈 수 있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함께'의 의미가 더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전한 그녀의 이야기.



그래도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그녀들의 셰어 하우스 생활이 덕력만큼 강력하게 유쾌했으면 좋겠습니다.

마루야마 아무래도 덕후와 함께 살면 느닷없이 발광하거나 물건이 쌓이는 걸 이해해주니 편해요.

가쿠타 덕후는 서로의 '지뢰'를 밟지 않으려고 하잖아요? 그게 실생활에서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게 하는 것 같아요.

마루야마 게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솔직하게 터놓고 얘기하니까 저도 눈치보지 않는 면이 있죠.

호시노 도구나 앱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그걸로 해결하는 결단력도 필수죠.

마루야마 진지하게 얘기하자면, 역시 어딘가 존경할만한 부분이 있거나 매력적이라고 느껴지는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덕후 셰어 하우스'

어떤가요?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녀들 덕분에 또 하나의 가족의 형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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