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여신 인안나 - INANNA, THE FIRST GODDESS
김산해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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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신화'라 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가 떠오릅니다.

대중매체에서도 많이 언급되었고 서점가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친숙(?) 하다고 할까.

최근에 다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너무나 흥미롭고 재미있었기에 이 기분 연장해서 어떤 걸 읽어볼까 기웃거리다가...


저에겐 너무나도 낯선,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4,000여 년 전 수메르와 함께 인간의 기억에서 잊힌 여신이었다고 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 여신과 여신의 신성은 이름과 모습을 바꿔가며 메소포타미아에서 이집트, 그리스 문명권, 아라비아를 넘어 인더스강 유역까지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들었어도 크게 끌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는 악카드의 이쉬타르, 가나안의 아스타르테, 히브리의 아스다롯,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아테나, 헤라 등 사랑·전쟁·지혜·풍요·다산·아름다움·금성(金星) 등으로 상징화된 모든 여신의 원형은 바로 수메르의 인안나였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그리스의 아프로디테, 아테나, 헤라 등 여신의 원형이 그녀였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 어떤 신들보다 더 신령스럽고, 용감하고, 강력한 '최초의 여신' 인안나를 입체적이고 완벽하게 복원해냈으며, 그 어떤 신화보다 스펙터클한 여신의 서사시를 펼쳐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뿜뿜!

인안나를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거룩하고 위대한 최초의 여신

인안나의 사랑과 죽음, 부활의 서사시


최초의 여신 인안나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더라도 신들의 대부분은 '남성'이었고 여신들의 활약은 미비하였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한 남신의 천국으로 변했고 유일신의 지배지가 되고 말았었는데 ...


인류 문명의 모체 수메르가 케케묵은 먼지로 뒤덮여 있던 베일을 벗어던졌다. 최초의 수메르 신들이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활짝 켰다. 안·엔키·엔릴·난나·우투 같은 남신들과 함께 시원(始原)의 여신 남마도 되살아났고, 창조의 모신(母神) 닌후르쌍도 되살아났으며, 땅의 여신 키도 되살아났고, 저승의 여왕 에레쉬키갈도 되살아났고, 인안나도 되살아났다. 그랬다. 이 세상에 존재해왔던 수많은 신의 조상신들이 모조리 되살아났다. 3,600이나 되는 신들은 다시금 만신전의 문을 열어젖히고 신명(神命)을 내렸다. 그리고 유일무이했던 한 남신은 물러갔다. - page 10


그렇게 위대한 여신-하늘과 땅의 여왕, 전쟁, 풍요, 다산, 완전하고 다양한 여성성, 여성적인 삶의 원리, 여성들의 수호천사, 품위 있고 당당한 부인, 수많은 도시와 왕들의 수호신, 금성(金星) 등으로 상징화된 여신들의 본바탕에 자리잡고 있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인안나'.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책 속에 나오는 신들, 가게도, 도시와 신전들에 대해 정리가 되어있었습니다.

역시나 신화엔 많은 신들이 존재를 하고 족보를 따지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낯선 이름들에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넘겨보게 된 이 페이지들.

없었다면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 뻔했지만 덕분에 초반의 방황은 후반엔 이름들이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세상천지의 기운을 몽땅 손아귀에 넣고도 성이 차지 않았던, 권세와 부귀를 모조리 누려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인안나.

사랑과 질투로 몸부림치고, 전쟁과 복수로 핏발이 서고, 하늘과 땅의 신령스런 기운으로 기세등등한 그녀였지만 저승까지 차지한다면,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누릴지도 모를 최고신(最高神)의 영광이 될꺼라 생각한 그녀.

그러나 저승은 그녀에게 볼모지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안나는 자신의 힘을 굳게 믿고 가장 큰 욕망 덩어리를 심장 깊은 곳에 숨긴 채 저승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여기서 인안나의 ''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메'의 본질은 신성한 권능이고, 삼라만사의 총체적인 질서이며, 지혜의 정수입니다.

'메'를 통해서 문명이 일어났고,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미개와 무질서가 사라졌습니다.

도시가 생겼고, 신전과 가옥이 높고 튼튼하게 올라갔으며, 길이 넓혀졌고, 재물이 쌓였고, 직업이 늘어났고, 강의 물줄기가 잡혔으며, 단단한 그릇을 빚어냈고, 멋진 옷을 지어 입었고, 좋은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것은 '메'로부터 얻은 혜택이었습니다.

규칙과 규범이 세워졌고, 사회가 정비되었으며, 경제의 체계가 잡혔고, 왕권과 왕위가 확립되었고, 언어와 문자가 사용된 건 '메'에서 나온 기운이었습니다.

기쁨과 슬픔의 춤을 추었고, 악기를 치고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고, 향기로운 술을 마셨고, 달콤한 우유를 들이켰고, 배에 올라 먼 곳을 여행했고, 사랑다운 사랑을 즐길 수 있었던 건 '메'가 가져다준 운명이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이 '메'로부터 나오게 되는데 이 '메'의 집행자인 엔키로부터 쟁취하게 됩니다.

'메'를 손에 넣은 인안나는 저승을 향해 당당히 떠나는데...

저승으로 떠난 인안나 앞에 놓인 운명은 장차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와~!

우선 감탄이 나왔습니다.

왜 이제서야 그녀를 알게 되었을까!

읽으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떠오르게 되는데 이것이 '원형'이었다는 사실을!

특히나 <인안나의 저승 여행>이라는 점토판으로 남아있는 400여 행의 짧은 서사시가 지금 우리 앞에 생동감 있게 다가와 너무나 감탄스러웠습니다.

모든 여신의 원형인 인안나.

이젠 그녀의 이름을 새겨보겠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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