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리에서 길을 잃다
엘리자베스 톰슨 지음, 김영옥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평점 :
'타임슬립' 소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에, 무엇보다 '파리'라는 단어만으로도 '낭만'이 느껴지기에 이 소설에 관심이 갔습니다.
어떤 스토리로 저의 마음을 휘어잡을지 기대를 해 보며 조심스럽게(?)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아파트 문서, 낡은 열쇠, 유명 작가의 부고 기사 스크랩을 들고 나타난
알코올 중독자 엄마로 인해 모든 게 꼬여 버렸다!
『파리에서 길을 잃다』

고향 플로리다와 알코올 중독자 엄마를 떠나 런던에서 제인 오스틴을 테마로 하는 투어 가이드 일을 하는 '해나'.
아마도 이 날은 뭔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피츠윌링스' 독서 모임 회원들을 데리고 투어를 하던 중 회원분들의 사소한(?) 다툼이 있어 해나의 진땀을 빼더니...
"엄마, 대체 무슨 일이야?"
즉흥적으로 미국에서 영국까지 날아왔다는 엄마 '말라'.
이런 엄마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여기 온 이유는 돈이 '이유 중 하나'라고 하였고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며 커다란 종이봉투를 해나에게 건넵니다.
"내가 여기 온 또 다른 이유. 열어 봐."
무슨 증서 같아 보이는 종이에는 프랑스어로 뭐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왼쪽 상단 모서리에 프랑스어로 된 누런 명함 한 장과 함께.
"아직도 이게 뭔지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패트릭 스털링 씨 기억나? 할머니 변호사." 엄마가 물었다.
"응. 기억나." 그는 할머니의 유언장을 담당한 변호사였다. 우리 셋은 내가 올랜도에 살 때 만났었다.
"내가 스털링 씨한테 그걸 가져갔거든. 스털링 씨 말로는 그게 파리에 있는 아이비 할머니 명의의 아파트 문서라는 거야. 근데 글쎄, 그게 우리 소유래." - page 61
증조할머니 '아이비'가 남긴 파리의 아파트에 직접 가 보자는 엄마.
"스털링 씨랑 프랑스 변호사 말로는 이 집문서가 여전히 아이비 할머니 이름으로 돼 있고, 네 할머니가 가장 가까운 핏줄이라서 할머니에게 상속된 거래. 그리고 할머니의 유언장에 따라 모든 물건이 우리 둘한테 상속된 거고. 스털링 씨 말로는 우리가 상당한 금액의 상속세도 내야 한대."
아, 그렇지. 이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 엄마가 하는 일은 항상 돈으로 귀결되었다. - page 62
내키지 않았지만 끈덕지게 조르는 엄마로 인해 파리행 유로스타에 오르게 됩니다.
아파트 건물은 화려하게 장식된 대문과 철제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내부는 먼지와 거미줄로만 뒤덮인 채 그대로 보존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침실 벽면에 미술관의 전시물처럼 걸려 있는 여섯 개의 그림.
아름다운 그림 속 여인은 바로 아이비 할머니였습니다.
아이비 할머니가 파리에서의 생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단서가 될 것 같았다. 아이비 할머니가 파리에서 화가의 누드 모델로 일했었나? 생각지도 못한 가능성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 page 142
해나는 그곳에서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소설은 할머니의 비밀스러운 파리에서의 일화가 그려지면서 왜 할머니가 가족들에게 파리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게 되는데...
티격태격 좌충우돌 엄마와 딸이 그동안 쌓여 온 응어리를 조금씩 이해하며 풀어나가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엄마는 손을 뻗어 내 손을 꼭 쥐었다. "이건 우리의 과거야, 해나. 내 생각엔 프랑스에 우리가 찾아내야 할 게 더 많을 것 같아." - page 383
증조할머니, 외할머니, 엄마, 딸.
이들의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네 가지 사랑 이야기는 '파리'라는 도시이기에 더욱 낭만적으로 그려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비와 앙드레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났다. 하지만 엄마와 내가 그들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뒤늦게라도 두 사람의 사랑이 완성된 거라 믿고 싶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아이비 할머니가 플로리다 집의 상자에 서류들을 남겨 둔 이유일 것 같았다. 언젠가 엄마와 내가 상자를 발견하고 우리만의 광란의 파리 모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먼 훗날 내가 자식을 낳고 손주가 생겼을 때, 아이비 할머니의 파리 아파트가 엄마와 나에게 열어 준 가능성의 절반만이라도 그들에게 남겨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page 453 ~ 454
소설을 읽으면서 어디에서 읽어본 듯한? 아니면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곤 하였습니다.
뭐 그럼 어떠하랴...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 아닐까!
만약에 나에게 이런 상황이 그려진다면 어떨까... 하는 로맨틱한 상상도 해 보게 되고 날도 좋은 요즘 한껏 몰입하면서 읽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