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부터 울컥했다고 할까.
건강하시기를.
오랫동안 이 말을 마지막 인사로 써왔다. 불완전하고 모호하고 순진한 데다 공평하지 않은 말이라는 것을 알지만, 늘 마음을 담아 썼다. 당신이 내내 건강하기를 바랐다. 지금도 당신의 건강,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우리가 각자 건강해서, 또 봅시다. 언제고 어디에서든 다시. - page 8
예전에 무심코 썼던 이 말.
지난 3년을 지내고 나니 더없이 다정한 이 말.
이 말만 몇 번을 읊조리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시기를...
책에는 작가의 일상에서 길어 올린 에피소드부터 아동학대 사망사건, 목포항에서 본 세월호 등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두터운 상념까지 그녀의 사유를 같이 공감하며 생각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특히나 저 역시도 좋아하는 「빨강머리 앤」으로부터 학대당하는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진 반전은 저도 한 방을 먹고 말았습니다.
어린이가 죽어가는 일을 막으려면...
일단은 법을 더 세심하게, 절차는 더 간소하게.
그러나 제도란 요구가 없는 상태에서 저절로 마련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의 구조에 그걸 내놓으라고 요구하야 하지 않을까. 매번 미안하다는 손글씨 릴레이를 반복할 수는 없다. 몇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아는 바와 같이, 미안하다는 말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 - page 60 ~ 61
아우로라 모랄레스는 『망명과 자긍심』을 추천하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기꺼이 우리 자신을 알고자 하고, 우리가 기여한 모든 것을 더욱더 제대로 인식하고, 우리의 구체적이고 다층적인 삶을 바탕으로 정직하게 책임을 지고 발언해야 한다."
언제든 그 페이지로 돌아가려고 스티커를 붙여두었고 며칠째 그것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기여한 모든 것. - page 62
2021년 대규모 재난에 자국민들이 죽어가도록 내버려 둔 미얀마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하였습니다.
지금의 전쟁도 그렇고...
이 말이 참 묵직했습니다.
무섭지도 않은가? 사람들은 기억한다.
사람들은 온갖 것을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억은 망각과 연결되어 있지만 누군가가 잊은 기억은 차마 그것을 잊지 못한 누군가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 모두 잠재적 화석이다. 뼈들은 역사라는 지층에 사로잡혀 드러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퇴적되는 것들의 무게에 눌려 삭아버릴 테지만 기억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기억하고, 기억은 그 자리에 돌아온다.
기록으로, 질문으로. - page 76
그녀는 일기를 통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도 내가 살아 있기에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참 모든 것에 소중함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언가에 과정이 있다는 걸 알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알기 때문에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도 늘어간다. 용서하지 못할 사람과 차마 용서를 청하지 못할 사람이 늘어가는 일이기도 한데 그건 내가 살아 있어서. 그리고 나는 그게 괜찮다. - page 164
그리고 저도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래도 나는 자주 바란다고 말하고 믿는다고 말한다. 예컨대 당신의 건강을 바라고 사람의 선의를 믿고 굳이 희망하는 마음을 나는 믿는다. 믿어 의심치 않겠다는 믿음 말고, 희구하며 그쪽으로 움직이려는 믿음이 아직 내게 있다. 다시 말해 사랑이 내게 있으니, 사는 동안엔 내가 그것을 잃지 않기를.
천둥 사이에 빌고. - page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