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한 장난감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상민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4월
평점 :
이미 이 작가분의 전작을 읽었었습니다.
『차가운 숨결』
그때 '현직 의사가 썼다는 점'에 이끌려 읽기 시작했고 아무래도 직업이기에 보다 현장감 있고 사실적으로 다가와 소름 끼치면서 강한 인상으로 남았었습니다.
그가 또다시 우리 앞에 등장하니 반가웠습니다.
'의학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한 획을 그은 그의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대를 해 보며...
모든 가식을 떨쳐버린 그의 얼굴에서는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악의가
꿈틀꿈틀 표피를 통해 스며 나왔다.
"괴물은 당신입니다."
『위험한 장난감』

'이건 무슨 장난감이지?'
소녀는 눈앞의 모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 정체 모를 물건에 호기심이 일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 page 6
결혼기념일을 단둘이서 보내고 싶다는 부모님의 뜻대로 할아버지와 지내게 된 소녀.
말수가 없는 편이지만 손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불편이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할아버지.
사실 소녀는 할아버지가 평소에 어떤 일을 하는지, 매일 아침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언젠가 아빠한테서 어딘가를 관리한다는 것 정도만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할아버지 방에 들어가 보니 병원모형과 수상한 종이에 적힌 이름.
뭘까...?
"이제부터 할애비랑 재밌게 놀아보자꾸나. 준비됐어요, 지수?"
"응, 재밌을 것 같아. 근데 이거 무슨 장난감이야?"
"위험한 장난감이지요."
할아버지의 말에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조그맣고 귀여운 장난감이 뭐가 위험하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page 256 ~ 257
- 코드블루, 코드블루. 6병동, 6병동. 코드블루, 코드블루. 6병동, 6병동.
마음 같아서는 가운 주머니에 있는 귀마개를 끼고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대학병원 최하층 계급인 인턴 '강석호'.
하루에도 다섯 명의 환자가 세상을 떠나고 그들의 침대가 즉시 말끔히 정돈되는 광경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죽음에 특별한 의미를 받지 못하는 자신은 그렇게 오늘도 고군분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 코드블루, 코드블루. 10병동, 10병동. 코드블루, 코드블루. 10병동, 10병동.
알고 보니 이 환자는 흉부외과 최병우 교수님의 은사였고 교수님이 개흉 심장마사지를 했지만 결국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석호의 눈에 띄고 설마...? 하며 넘어갑니다.
그러다 석호가 엘튜브를 끼우던 환자가 갑자기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오늘 수련교육부로 선생님에 대한 신고가 두 건 들어왔어요. 강 선생님도 무슨 일 때문인지 짐작 가는 바가 있을 겁니다."
"두 건이라고요?" - page 116
한 건이면 몰라도 두 건이라니.
이건 예상 범위에 속해 있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업무상 과실치사로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연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상한 장난감'을 마주하게 됩니다.
명성대학교병원에서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진실.
"그래, 그래. 의사에게는 청결이 필수지. 아까도 말했듯이 자네 같은 의사들이 우리 병원에 많아져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네. 의사로서의 사명감, 환자에 대한 책임감, 다른 의료진과의 협력 같은 것이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한 젊은 의사들에게는 부족하단 말이야. 그렇게 자질이 안 되는 의사들이 나중에는 의료 윤리를 망각한 괴물이 되기 십상이고. 그런 의사들은 웬만하면 우리 명성대학교병원에 안 왔으면 좋겠네, 허허."
조원기는 뒷짐을 진 채 고고한 자세로 걸어 나갔다. 그의 등짝을 바라보던 석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괴물은 당신입니다." - page 415 ~ 416
생명을 살리는 일이자 죽음을 관장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
하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이, 복수가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니 그 느낌이란...
슬픔, 외로움, 분노, 좌절감, 죄책감, 고단함, 무력감. 그 외에도 이름 붙이기 어려운 수많은 감정이 각각의 농도는 다르지만, 혈액에 녹아들어 위력을 떨쳤다.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대동맥에서 온몸의 모세혈관으로, 모세혈관에서 대정맥으로, 대정맥에서 우심방으로, 우심방에서 우심실로, 우심실에서 폐동맥으로, 폐동맥에서 폐로, 폐에서 폐정맥으로, 폐정맥에서 좌심방으로, 좌심방에서 다시 좌심실로 이어지는 무한한 순환의 고리를 거치며 그 감정들은 극한의 농도에 이르렀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혈관을 뚫고 온몸을 잠식해버릴 것이라는 두려움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 page 421 ~ 422
예전에 보았던 <하얀거탑>이란 드라마도 어렴풋이 떠올리게 되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초심을 잃지 말자.
라는 것을.
그리고 함부로 장난감을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된다는 것을.
책을 덮으며 잠시나마 곱씹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