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 어제와 오늘, 그리고 꽤 괜찮을 것 같은 내일
오성은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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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세이'를 좋아합니다.

왜 좋아하는지 막연하게만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그 해답을 알게 되었습니다.


속도를 잠시 멈추고 진정으로 귀중한 것을 보고 생각할 때 우리는 속도를 잠시 멈출 수 있다. 그리고 사진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슬프다...

그 느낌은 안다는 사실 역시도 슬프게 다가오는...

하지만 마냥 슬픔보단 아름다움으로 간직하고픈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속도를 잠시 멈추고 들여다보는

일상의 눈부신 흔적들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가 속도 속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속도를 가진 것들이 참 슬펐다는 사실을.

그렇다고 그 속도를 멈출 수 있을까...?


그래서 저자가 잠시나마 속도를 늦추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뷰파인터 너머로 사물의 속도를 붙잡았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바라보다 보니 처음의 슬픔은 조금씩 그리움으로, 아련한 추억으로, 행복으로 와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바라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희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나는 본래 슬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슬픔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그대의 슬픔도 잘 씻길 수 있도록 속도를 잠시 버려둔 채 오래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 page 5 


덕분에 멈춰진 속도 속에서 진정으로 귀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잠시 과거의 따스함으로 돌아가던 문장들이 가슴 한켠을 저며왔었습니다.


해 질 녘에 거리를 돌아다니면 어느 동네건 저무는 풍경에서 오는 아스라함이 있다. 내게는 사람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가 그것이다.

삐죽삐죽 솟은 대파가 머리를 늘어뜨리고, 생선 비린내 은은하게 풍겨오던 어머니의 장바구니가 그랬었다.

나와 동생은 호떡 냄새를 귀신같이 알아맞혔고, 어머니는 뜨거운 호떡을 손으로 북북 찢어줬다. 설탕물이 뚝뚝 떨어지면 단박에 입가에 침이 고였고, 나는 입천장이 델 것도 모르고 덥석 물기 바빴다.

아스라함이란 제법 뜨거운 단어다. - page 58


어른이 된 뒤 다시 창고를 마주하게 되었다. 염소 우리나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은 없었다. 그곳은 어두컴컴한 세계가 아닌 좁고 낮은 평범한 창고일 뿐이었다. 나는 할머니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썼다. 먼지가 쌓인 선반을 더듬고, 오래된 궤짝을 열어보고, 텅 빈 장독대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처마 아래 앉아서, 텃밭 앞에 서서, 돌담 너머를 바라보며 할머니를 생각했다. 어느 날에는 깊은 우물 속에서 간신히 건져 올린 어떤 소리를 구하게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다 내가 부르지 않아도,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그 소리가 어딘가를 통과해 우연히 내게 도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바람이 나를 스쳐 갔고, 해는 저만치 기울어버렸다. 누구도 응답하지 않을 것만 같은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오야, 오야. 내 부름에 답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 page 177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속도를 늦추고 싶었습니다.

행복했던 추억들이 떠올라 지금의 나에게 슬픔으로 다가오기에 슬픈 속도를 늦추고 싶지만...

이 속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기에...



이젠 속도 속에서 진정으로 귀중하고도 아름다움을 찾아 들여다볼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당신은 어떠한가요. 바깥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요. 우주의 바깥, 거기에 무엇이 있다 해도 당신이 조금 덜 외롭고 그러하기를 바랍니다. - page 212


군중 속에 외롭고 슬플 당신에게 건넨 따스한 이 책.

또다시 커피 한 잔과 함께 다시 한 장 한 장 가만히 들여다보려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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