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 수업
에디 제이쿠 지음, 홍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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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잘 안 읽게 되는, 아니 일부러 읽지 않는 책들이 있습니다.

가슴 아픈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들.

억압, 투쟁, 그리고 피와 눈물...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부정하기엔 지극히도 역사적 '사실'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외면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도 읽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

생지옥이란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이 악명 높은 곳에서 얼마나 힘겨웠을지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기에 두 눈 찔끈감고 지나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인자한 눈빛이 자꾸만 아른거렸습니다.

저에게 손을 내미는 듯한 느낌에 이끌리듯이 읽게 되었습니다.


"지금 포기하면 안 돼,

하루만 더 버텨보자. 하루만!"

살아 있다는 것의 위대함을 보여준 단 한 권의 논픽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1920년 독일 동부, 라이프치히라는 도시에서 태어난 그 '아브라함 살로몬 야쿠보비치'.

친구들은 '아디'라 부르고 영어로는 '에디'인 그.

유대계 독일인으로 유복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돈이 있고 좋은 집에 살 만큼 운이 좋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야 돼. 내가 가진 좋은 운을 남들과 나누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이야. 알았지?" - page 26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더 큰 기쁨이며,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가족과 친구 그리고 친절을 베푸는 것이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버지'.

하지만 이런 행복이 오래가지 못하게 됩니다.

바로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은, 그리고 행해진 유대인 학살사건.

'발터 슐라이프'라는 독일인 고아 신분으로 위장해 기계공학 대학에 입학하고 최고의 수습생으로 뽑히게 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나는 발터 슐라이프가 아니라 에디 제이쿠였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그런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는 건 너무나 힘겹고 가슴 아픈 일이었다. 나는 이 시기에 익힌 지식을 무척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가족과 떨어져 보낸 시간은 언제나 한스럽기만 하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늘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 그사람이 지닌 재산보다 귀한 존재라고. 아버지의 말처럼 이 세상에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살 수 없는 게 많으며, 그중에는 감히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도 있다. 나에게 그것은 첫째도 가족, 둘째도 가족, 그리고 마지막 셋째도 가족이었다. - page  37


학교를 졸업하고 정밀 의료기기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부모님의 스무 번째 결혼기념일에 깜짝 서프라이즈를 하고자 비밀리에 고향집에 방문했다가 나치 돌격대에게 붙잡히게 됩니다.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고 이때부터 고난의 인생이 펼쳐지게 됩니다.


탈출하다가 감금되기를 반복하던 그.

천신만고 끝에 탈출해 가족들과 상봉하고 11개월동안 숨어서 지내지만 그것도 잠시, 이웃의 밀고로 그는 강제 이송됩니다.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그곳에선 '선별 작업'을 통해 한쪽에는 지상 최악의 지옥에서 또 다른 삶을 이어 갈 사람들을, 다른 한 족에는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할 사람들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는 고아가 됩니다.

가장 강인하고 친절한 사람인 아버지를, 사랑하는 어머니를 땅에 묻힐 수 있는 정도의 존중도 받지 못한 채 한 줌의 추억으로...

그러면서 그가 전한 이 이야기.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곁에 있는 어머니의 소중함을...


어머니는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사람이라고, 그런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라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라고 이야기한다. 왜 이 세상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과 말다툼을 벌이는가? 차라리 거리로 나가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행인을 붙잡고 말다툼을 벌여라. 찾아보면 당신의 어머니보다 말싸움하기 더 좋은 상대가 수백만 명은 눈에 보일 것이다. - page 250


인간 이하의 생지옥을 경험한 그.

친구와 동료가 날마다 죽어나가고, 부모를 학살한 자들을 위해 중노동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박탈당하면서 날마다 모멸감을 느꼈던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친구' '우정'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면서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것들을 하나둘씩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랑과 우정, 친절과 희망,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 우리 삶의 연료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풀어놓았기에 더 묵직하게 다가왔었습니다.

큰 울림을 주었던 그의 이야기.

그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었습니다.

특히나 지금의 시국에 아마 이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힘을 낸다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의 몸이 기적을 행할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내일은 온다. 하지만 마음이 죽는다면, 내일이 와도 우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에 기회를 한번 줘보는 게 어떨까? 돈 한 푼 들지 않으니 말이다!

친구여, 나는 이렇게 해서 살아났다. - page 186


정말 꼭 그의 이야기를 모두가 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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