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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이 소설을 읽게 된 건 우리 모두는 '어딘가 하나쯤 이상한' 사람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그 속에서 공감하고 위로를 얻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을까?
어제가 괴로워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꾸는,
쉼 없이 생동하는 삶의 이야기
『얼마나 이상하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닐라에게 뽀뽀부터 해야 하루가 시작되는 일종의 규칙이자 주문.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자신이 정한 어떤 질서 안에서 안정과 안도를 느끼는 '정해진'.
여느 때처럼 정해진 규칙과 순서에 따라 외출 준비를 끝내고 '불면증'이라는 편의점으로 향하게 됩니다.
편의점 '불면증'은 24시간 깨어 있다는 뜻으로 붙인 상호이지만 또 다른 의미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불면증의 사장님.
늘 그렇듯 퀭한 두 눈에는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는, 극심한 불면증 환자인 그는 네 곳의 '불면증'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편의점을 세 개 더 늘리려는 그.
그의 속사정도 참 딱하기만 합니다.
불면의 시간을 몽땅 일로 채우려는 그만의 발버둥인 셈인데, 그 속사정을 알 리 없는 몇몇 사람들은 사장을 돈독 오른 작자로 오해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누가 뭐래도 그의 목적은 '일'이지 '돈'이 아니라는 것을. 불면증 때문에 '불면증'을 늘려야 하는 사장의 남모를 사정은 그래서 더욱 짠하게 느껴졌다. - page 19
이 편의점을 찾는 이들도 어딘가 하나쯤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코앞에 편의점이 있음에도 나오는 게 귀찮고 게을러서 꼭 배달 시키는 극작가 '백수진'.
친구들과 배낭여행 중 한국에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려던 그때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슴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으로 7년이란 세월을 한국에서 살아야만 했던 단골 영국 남자 '마크'.
우체통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매일같이 편지를 넣는 초등학생 '김다름'.
빚쟁이에 쫓기다가 우연찮게 수녀복을 입고 해진과 만나 급속도로 친구가 된 '안승리'.
누군가에게는 조금 특별하게 보이겠지만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해진에게 특별한 이가 등장하게 됩니다.
"심심하고 쓸쓸해서 그러는데, 저랑 놀아줄래요?" - page 69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환청인가 하며 괜한 걱정이 들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자꾸 뭔가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이 듭니다.
"누구야, 너!" - page 69
까만 실루엣은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무슨 용무라도 있는 것처럼 해진을 빤히 쳐다봅니다.
마치 자기를 좀 봐달라는 듯이.
호기심에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 해진.
"아, 그림자!" 그가 자신의 엄지와 중지를 마찰시켜 딱, 소리를 냈다. "그 말이 더 적확하겠네요. 맞아요. 저는 저거랑 비슷한 거예요." 그러면서 그가 내 몸으로 길게 뻗어 있는 내 그림자를 가리켰다.
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그쪽이 그림자라면 당신의 주인이 되는 누군가가 있나요?"
"그런 거 없어요. 저는 오로지 그냥 저예요. 저는 귀찮게 누굴 달고 다니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가 나의 주인이니까요." 그가 호기롭게 웃었다. - page 87 ~ 88
그에게 이름을 묻자 오히려 해진에게 부탁을 합니다.

뭔가 이상해야 하는 이 상황이 이상하지 않다는 게...
도대체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튼 해진은 이 이상하고도 특별한 존재를 알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열게 되고 변화와 용기를 가지게 되면서 한 발짝 세상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상해도 불안해도 괜찮은, 이들이 전하는 부드러운 위로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지.
'평범'이란 무엇일까...
그의 말대로 그는 정말 나한테만 보이고 들리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아이들 눈에는 그가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정체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그가 보이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그를 소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생각을 하자 잠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딱히 미사여구를 쓰지 않더라도 그가 다른사람에게 그냥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방금 저 아이의 경우처럼. 특별해지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흔한 성씨를 원하던 그였다. 하지만 무슨 수로 그를 평범하게 받아들여지게끔 한단 말인가.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보통이라는 건 남들 시선에 달린 문제일 뿐 그의 문제는 아니었다. 세상의 모든 이상한 것이 그러하듯 이상하고 이상하지 않고는 어디까지나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는 누구에게나 그냥 김만초 씨가 될 수도 있었다. 나에게 그랬듯이. - page 152 ~ 153
결국 우리 모두는 '평범'이란 가면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그럼에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건 아마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 안아줄 수 있어서 가능한 것이라는 걸 이들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이는 당신이 있기에 살아간다.
당신은 또 다른 누군가가 있기에 살아가고, 어쩌면 그 또 다른 누군가는 내가 있기에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모두 다 그 자리에 오래오래 있어주시길. 나를 위해, 그리고 당신과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그래주시길.
그래서 아무도 외롭지 않게 되기를. - page 286 ~ 287
가슴 묵직한 울림이었습니다.
저도 나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귀를 열고 이 자리에서 기다려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