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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이기진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책 제목이 독특하였습니다.
뭐...
굳이 '우주'를 가지 않아도 연구는 할 수 있는 거니까...
란 생각이 들었지만...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려운 물리 공식들이 아닌 와인, 치즈, 크루아상이 보입니다.
뭐지...?!
씨엘 아빠이자 물리학 세계를 탐험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고 있는 그, '이기진'.
물리학자이지만 우리에게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일러줄 모양입니다.
"세상살이는 엄격한 물리학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물리학자 이기진의
좌충우돌 파리 대모험!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책장을 펼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된 이야기가 <물리학자라고요>입니다.
마이크로파 물리학을 연구하는 그.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나 역시도 의아하게 생각됩니다.
정말 물리학자인가...?!!
그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파리에서 하는 물리학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펼칩니다.
브르타뉴 낭트대학의 교수로 있는 친구이자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 '제랄'과 비파괴학회로 비접촉 방법으로 물건을 파괴하지 않고 물체의 결함을 진단하는 연구를 하는 학회에서 만나 그때부터 인연이 되어 연구를 했다는....
음... 하던 찰나,
"내가 그랬잖아요. 물리학 연구에 대해 설명하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요.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니 걱정은 하지 말아주시고, 가끔 '요즘 어떤 연구하세요? 잘 되나요?' 이렇게 물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내 대답은 "네, 항상 연구가 그렇죠." 이런 구태의연한 대답이 나오겠지만. - page 18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건...
그 후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파리에서 지낸 일상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물리학 이야기보다는 마시고 놀고 즐기는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함으로써 '파리'라는 도시에서도 느껴지는 낭만이 더 깊고도 풍성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다면 <세상은 이렇게 고독하지 않다>였습니다.
'친구'라는 의미를 되짚어보게 된 이 이야기.
나딘의 집 주위에는 멋진 친구들이 많이 산다. 오후 5시 퇴근 후 나딘의 수영장에서 로제와인을 마시다 보면 동네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친구가 된다. 친구가 되면 그 친구가 다시 집에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하고, 물 흐르듯 우정이 이어진다.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우정을 연결해주는 것이 페이스북이다. 몇 개월 만에 만나도 전혀 어색함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세계.
"거긴 어땠어?"
"너무 좋던데. 같이 한 번 가보자!"
세상은 이렇게 고독하지 않다. - page 100
오늘은 나도 카톡의 친구들에게 안부를 남겨봐야겠습니다.
읽으면서 '왜 파리에서 그들은 일상일 텐데 나에겐 낭만으로 느껴질까...?'란 의문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도 그들에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뭔가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친구들과 맥주잔을,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는 그 여유.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인데 왜 하질 못하는 것인지...
지금도 열심히 발버둥 치는 우리에게 이 책은 '휴식'과도 같이 다가왔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도 이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저자의 모습이.
그리고 왠지 저 모습으로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강조하는 듯해서.
세상살이는 엄격한 물리학의 세계와는 다르다. 그래서 재밌다. 어디든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사람과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각기 다른 정답이 존재한다. 사는 것은 이렇게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합리화시키며 계속 좋은 방향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틀리건 맞건! - page 5
카르페 디엠! 세상 이 순간 이보다 더 가벼울 수 없다. - page 128

만약에...
그가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를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