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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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는 이 말...

 

그래서 이 책을 덥썩 집어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전 소개글을 읽어보니 그리 다정하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죽음을 앞둔 친구와의 여행이라는 소재.

여기서 '죽음'이란 단어가 참으로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들의 여정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지...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어떻게 지내요』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친구.

그 친구는 딸과는 소원하게 지내는 중이고 치료는 실패했고, 암이 전이되었다고...

그리고 덧붙인 말은

 

잘 죽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다들 알아. 고통 없이, 아니면 적어도 극심한 고통으로 몸부림치지 않는 것. 침착하게 약간의 품위를 지키며 가는 거지. 깔끔하고 산뜻하게.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나? 사실 자주 있지 않아. 왜 그럴까? 그게 왜 그렇게 무리한 요구일까? - page 89

 

그렇게 친구는 자신의 죽음을 무던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나자는 제안을 합니다.

안락사 여행...

 

의사가 대놓고 말하는 때가, 정말로 듣고 싶은 게 그런 거라면 말이야, 곧 찾아와. 불치. 수술 불가능. 말기. 나는 치명적이라는 표현이 더 좋아. 아무도 그 말을 쓰지는 않지만. 치명적이란 말 좋잖아. 말기라는 말을 들으면 버스 터미널이 떠오르고 그러면 매연과 가출 청소년을 찾아 서성대는 으스스한 남자들이 생각난다고.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오면, 내가 다 조사해봤어. 그냥 내버려두면 어떤 상황을 겪을지 알아. 완화 치료라는 것도 딱 그만큼이야. 점점 상태가 악화되어 결국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까지 호스피스에 들어가 있을 필요가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것이 싸우는 내 나름의 방식이라는 걸 사람들도 이해해야 해. 내가 먼저 나를 없애버리면 암이 나를 없앨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기다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이 모두를 이해하고 내 편이 되겠다고 약속해줄 사람, 내가 잠든 사이에 약을 변기에 넣고 내려버리는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을 사람이야. - page 133

 

친구를 통해서 '죽음'에 대해, 특히나 '안락사'에 대한 태도를 바라보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죽음'이란 어떤 의미인지...

 

참으로 무덤덤하게 써 내려간 글.

그래서 더 그 의미를 깊게 새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통해, 그 친구를 바라보던 '나'의 이야기에서, 그리고 이 둘을 바라보는 독자인 '나'의 이야기로 오롯이 새겨졌습니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고 또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죽음'.

태어났기에 언젠가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테지만...

그렇다면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다 고통 없이 죽게 되면 좋겠지만...

 

그래서 '안락사'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죽음 앞에서 인간으로의 윤리를 따져야 할 것인지, 개인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할 것인지...

'나'라면 안락사를 원하지만 내가 아닌 '가족'들에겐 원치 않은 안락사임에...

딱히 정의 내릴 수 없음에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비로소 보게 되는 삶을 살아가야할 자세들...

이 이야기가 여느 이야기보다 가슴에 남았습니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풀 수 없는, 하지만 언젠간 한 번은 풀어야 할 숙제를 받은 것 같아서 힘겨웠었습니다.

그렇기에 더 이 소설을 읽고 또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어떻게 지내요'란 이 말이 자꾸만 입가에 맴돌게 되는...

하지만 그 의미를 다시금 새겨봅니다.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 page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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