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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클래식 - 은밀하고 유쾌한 음악 속 이야기
문하연 지음 / 알파미디어 / 2021년 7월
평점 :
미술에 관심이 있는 만큼 음악에도 관심이 많은 나.
(그냥 예술 분야를 좋아한다는...)
그래서 이 분야의 책이 나오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음에...
특히나 이번에 읽은 이 책의 저자 '문하연' 작가의 책은 전작이었던 『다락방 미술관』도 읽었기에 믿고 읽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클래식 한 곡 어떠세요.
시대를 넘어 당신의 하루를 풍성하게
채워 줄 클래식 음악이 찾아옵니다.
클래식이 어렵고 낯선 당신을 위해
준비한 31곡 소개
『다락방 클래식』

요즘 들어 '클래식'과 관련된 책들이 눈에 띄는 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이 전과는 달라졌기에, 몸과 마음이 지쳐 위로를 받고 싶을 때 '명화'라든지 '클래식'이 제격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술가들의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전해주었기에 한두 권 읽다 보면 '아! 그 얘기...'라 느끼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우리가 알고 있던 예술가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기에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예술가들이 교차점을 가지고 다음 주자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올 수 있게끔 되어 있어서 음악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재미있었고 감동도 많이 받았지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을 꼽자면...
곡 소개가 나온 부분에 독자들이 그 곡을 들을 수 있게 해 주었다면...
보다 더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란 생각을 살짝 해 봅니다.
첫 문을 열어준 이는 괴테와 쇼팽이 극찬한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이었습니다.
완벽한 기교를 갖춘 당대 최고의 여성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클라라.
하지만 남편의 죽음으로 여덟 아이의 어머니로 돈 버는 일부터 많은 가족 구성원의 심리 문제를 해결해야 했던 그녀.
그런 그녀의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음악'이었다는 점이...
그리고 그녀의 곁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준 '브람스'.
그들의 이야기가 참으로 찡하게 다가왔었습니다.
클라라는 구불구불 뒤틀린 손으로, 들리지 않는 음악을 마음속으로 들으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피아노로 쏟아 냈다. 맞은편에는 브람스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연주가 끝나자 형용할 수 없는 적막이 흘렀다. 두 거장은 적막 속에서 오래도록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물을 흘린 건 이 모습을 지켜본 막내딸 오이게니다. - page 67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슈베르트 등.
그들의 비하인드스토리는 말해 뭐 하겠는가...
무엇보다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예술가들도 있었습니다.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라고 불린 피아니스트, '클라라 하스킬'.
다섯 살 집에 방문한 지인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듣고 그 자리에서 똑같이 연주한 다음, 조를 바꿔서 다시 연주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녀.
하지만 18세에 온몸의 근육이 뼈와 신경에 엉겨 붙는 '다발성 경화증'에 걸려 정상적인 생활도, 음악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 피아노 앞에 앉았던 그녀.
"나는 항상 벼랑 모서리에 서 있었어요. 그러나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인해 한 번도 벼랑 속으로 굴러 떨어지지는 않았지요. 그래요, 그건 신의 도우심이었습니다."
지식채널e <클라라 하스킬>에서 인용
결국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던 그녀.
가혹하다는 말도 무색한 인생이었다. 그는 화려한 기교를 앞세우지 않고 내면 깊은 곳의 울림을 전하는 진솔한 연주자였다. 고통에 굴하지 않고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는 예술가의 영혼은 시대를 넘어 우리에게 무한한 위로와 깊은 울림을 전한다. - page 254

'불꽃같은 삶'을 태우고 간 천재 첼리스트인 '자클린 뒤 프레'.
'열여섯 살의 놀라운 첼로 천재'였던 그녀에게도 클라라처럼 운명은 그에게 재능을 선물하고는 일순간에 다 거붜 버리게 됩니다.
'다발성 경화증;으로 온몸이 굳어버리게 된 그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신의 음반을 듣는 것밖에 없었다. 이 모습을 상상하면 그녀의 '엘가 협주곡'이 어찌나 비극적인지. 그래서 누군가는 이 곡을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곡이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어떻게 삶을 견디죠?"라고 울먹이던 자클린은 1987년 10월, 바람이 무척 세게 불던 날, 눈을 감았다. - page 276
마지막을 장식했던 천재 뮤지션 남매 중 '파니 멘델스존'.
'여성의 소명'이란 굴레에 묶여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없었던 그녀.
'네가 그다지 기뻐하지 않을 거란 걸 아는데 일을 진행하려니 조금 어색하구나. 비웃고 싶으면 그렇게 하렴. 마치 내가 열네 살 때 아버지를 두려워했던 것처럼 나이 마흔에 남동생을 무서워하고 있구나. 여러 말할 것 없이 나는 지금 출판을 준비 중이란다!'
이제 조금씩 날개를 펼치려던 그녀는 리허설 도중 갑자기 쓰러지면서 그만 세상과 작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참...
인생사란...

우리에게 익숙한 예술가들은 대부분 '남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시대적 상황이 그러했기에...
하지만 이번 기회에 알게 된 '여성'들의 모습이 긴 여운으로 남는 건 그녀들의 재능만큼 인정을 받지 못하였기에, 그리고 왜 운명은 얄궂게도 그녀들이 빛을 받을 그 순간에 어둠을 선사하는지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삶을 초과하는 예술은 없다. 그러니 미술도 음악도 모두 예술가의 삶과 밀접하다. 예술을 이해하는 데는 그 시대의 사조를 이해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면밀히 작품을 분석하는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나는 예술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왜냐면 그렇게 접근했을 때 음악이 주는 감동이 내게는 훨씬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 page 5
작품 이전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그리고 난 뒤 작품을 맞이해야 함을.
이제 다시 그들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해보려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