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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평점 :
결혼은 한 사람으로...
한 번 해 보았는데...
음...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한다는 건 인생의 축복이긴 하지만...
'왜죠?!'
란 의문이 든 게 사실이었습니다.
과연 이 백발의 할머니(?) 아니 뉴요커 할머니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일까...?!
그녀가 전할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처음엔 달콤한 와인에 취하듯,
두 번째는 총 맞은 것처럼,
그리고 세 번째는...
서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장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자는 흑인 여자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여자가 눈을 떴다. 여자가 허리를 끌어당겼지만 장은 침대 밖으로 나가 벗어둔 청바지를 입었다. - page 13
한국 이름으로는 '장인수'.
하지만 '데이비드'로 불리는 그의 직업은 '스너글러'였습니다.
몸을 팔지는 않는, 섹스 없이 하룻밤 동안 여자를 안아주는 스너글러.
그래서 그는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죠. 하지만 난 그들과 달라요. 따뜻한 체온을 나눠주며 외로운 사람을 위로해 줘요. 사람의 체온만큼 따뜻한 건 없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잠옷 가방을 메고 여자의 집을 찾아가 겨울밤을 같이 보내주는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죠."
"산타클로스요?"
"네. 나는 늘 뉴욕의 밤을 따듯하게 만드니까요." - page 38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가 뉴욕에 온 것은 삼십 년간 운영하던 공구 공장이 파산한 후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세탁소를 하는 친구가 있는 뉴욕으로 온 아버지.
아버지가 떠난 후 장은 학자금 대출도 갚고 생활비도 마련해야 했기에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어 교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발견해 전화를 걸어 일단 선수금을 입금하고 뉴욕행 비행기를 탔는데...
"웰컴 투 뉴욕."
손을 흔들며 반기는 아버지.
뒤늦게 취업사기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다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 어둠 속으로 검은 물결 같은 아버지의 등이 보였다. 얼마나 검은지 아버지는 어둠을 끌어안고 자는 것 같았다. 순간 장은 서울에서 뉴욕까지 떠내려와 태평양을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 - page 73
불행은 왜 한 번에 오는지...
어느 일요일 새벽 아버지는 빌딩 청소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집주인은 집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나가달라고 하고 도움의 손길을 얻고자 아버지 친구 세탁소를 찾아갔으나 그런 곳은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비자가 만료됐고 불법체류자가 된 장.
이때부터 힘겨운 생활이 시작됩니다.
역시나 인종차별은 심했습니다.
아버지가 남긴 조형물을 카트에 싣고 나와 엠파이어 빌딩 앞을 돌아다니다 버거킹에 들어가 햄버거를 주문했다.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문을 잘못했나 싶어 천천히 말해도 직원은 고개만 갸웃거렸다. 등에 식은땀이 나서 더욱 주눅 든 목소리로 햄버거, 하고 말하는데 뒤에 서 있던 백인 남자가 앞으로 끼어들더니 비키라고 손짓했다. 비키지 않자 백인 남자는 장을 밀어냈다.
"노랑 원숭이 같으니라고."
장이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노랑 원숭이는 보이지 않았다. 백인 남자가 나간 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손가락으로 메뉴판을 가리켰다. 직원은 햄버거를 내던지고 다음 사람 주문을 받았다. 장은 햄버거를 들고 나오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말이 노랑 원숭이라는 걸 깨달았다. - page 74 ~ 75
거기다 불법체류자이기에 더욱 영주권을 따고 싶었던 장.
결국 자신보다 나이가 지긋하게도 많은 할머니와의 결혼을 감행하게 됩니다.
'마거릿'
장은 그녀와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얻을 수 있을까...?!
마거릿은 이미 두 번의 결혼을 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결혼의 남편은 뭐가 그리 당당한 건지 바람피운 사실을 들켰어도 당당히 인정하고 바람피운 여자와 알래스카로 떠나고...
두 번째 결혼은 진심으로 사랑을 했었습니다.
'게리'
그를 잊지 못하는 마거릿은 데이비드에게 게리로 둔갑하라는, 어쩌면 너무 뻔뻔한 요구를 당당히 하는 마거릿을 이해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영주권이 필요했던 데이비드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고 조금씩 그녀에게 마음도 열게 됩니다.
소설에서는 '사랑'에 대한,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읽는 독자에게도 그 의미를 되새기게끔 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란 수프 맛 같은 건지 몰라. 어느 땐 싱겁고 어느 땐 짜고, 게리가 죽고 나서 내 인생은 싱거웠지만 이젠 간이 맞아. 수프는 짭조름해야 맛이 나. 그래서 말인데 나도 여생은 나를 위해 살고 싶어. 그러니까 내 결혼은 걱정 마. 너도 앞으론 네가 좋아하는 사랑을 찾아서 살아. 이젠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너를 기다리며 살진 않을 거야." - page 141

무엇보다 저에게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처음에 데이비드는 내게 철새 같은 방문객이었어. 그런데 어느 때부터 데이비드를 부를 때면 마음이 설렜어. 데이비드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데이비드가 오는 날은 목욕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잠옷을 입었지. 늙은이 냄새가 날까 봐 이도 두 번씩 닦았어. 가끔은 질투도 했지. 다른 여자를 안아주러 간 게 아닐까 하고. 폴로 산책을 한 번씩 더 시킨 것도 이 때문이야. 그리고 어느 때부터 난 폴로에게 데이비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 그때부터 나를 찾아오는 방문객을 잡고 싶었어."
장은 마거릿 이야기를 듣다 어떤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떠올라 휴대폰으로 검색했다. 시를 쓴 사람은 정현종이라는 시인이었다. 장은 「방문객」을 영어로 번역해 읽어줬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마거릿이 미국 시냐고 물어 한국 시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거라는 말에 공감해. 데이비드를 기다리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 더 이상 데이비드는 내게 방문객이 아냐. 이제 나의 미래야." - page 134 ~ 135
인연을 방문객으로 다가와 미래가 된다는 이 말이 진하게 와닿았습니다.
조금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 몰입하면서 읽어내려갈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사랑이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도, 결혼이 무엇이라 정의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상처받기도 하고...
나름의 의미를 쌓아가는 것이 '사랑'이자 '결혼'이자 '인생'임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