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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통조림
사쿠라 모모코 지음, 권남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이미 <마루코는 아홉살> 작가의 에세이 중 2권이었던 『원숭이의 의자』를 재미나게 읽었기에 바로 1권을 읽게 되었습니다.
2권에서는 그녀의 일상 중 '여행'이란 테마가 존재했다면 이번 1권에서는 전반적인 일상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도 나름의 매력을 뿜뿜 지니고 있었음에 나중에 3권도 꼭 읽어보리라 다짐하며...
평범한 일상도 특별한 웃음으로 만드는
사쿠라 모모코의 꾸밈없이 코믹한 날들 속으로!
『복숭아 통조림』

이미 그녀의 '민간요법'의 사랑을 알고 있기에, 2권에서도 살짝 언급이 되었던 <기적의 무좀 치료>.
열여섯 살의 소녀에게 찾아온 시련(?), 무좀.
시판 무좀약으로도 효과가 없었던 그녀는 엉뚱 스위치가 여기서 반짝! 하고 켜지게 됩니다.
심신 모두 지쳤지만, '무좀 따위 곰팡이의 일종이잖아. 고작해야 식물이니 열에는 약할 거야'라는 생각에 열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책상 스탠드의 100와트 백열등을 환부에 바싹 갖다 대고 극한의 열기와 싸웠다. 연고를 발라서 빨갛게 부푼 피부가 백열등에 달궈진 모습은 그야말로 번쩍번쩍 작열 지옥으로, 지옥의 수인이 된 피부 아래 무좀균의 아비규환이 들려오는 듯했다. - page 13 ~ 14
언니에게도 무좀이 옮아 언니는 병원 치료를 하지만 좀처럼 낫지 않고 그런 모습을 본 그녀에게 뜻밖의 정보가 날아들었습니다.
바로 '찻잎'.
정말 찻잎의 효과였을까...
일주일 뒤 무좀이 다 낫게 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언니는 의사에게 설명합니다.
(굳이 의사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란 의문도 드는데...)
의사는 "말도 안돼요. 여보세요, 아무리 이곳이 차의 명산지라고 해도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하고 웃고 말더란다.
그러나 차의 위력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언니는 마치 밀교의 숨은 힘을 본 신자와 다름없었다. - page 20
이때부터 시작된 '민간요법'은 훗날 그녀가 '음뇨 요법'까지 행위를 낫게 함을...
아하하핫;;;
이 에피소드는 읽자마자 '빵'하고 터졌습니다.
<새벽녘의 중얼거림>
'수면학습 베개'가 이 사연의 주인공입니다.
'사람의 수면은 렘수면과 논렘수면으로 구성돼 있는데, 렘수면 중에는 몸은 쉬고 있지만 머리는 깨어 있습니다. 이 수면학습 베개는 베개와 녹음기를 결합하여 새벽 무렵에 타이머를 해두고, 렘수면이 시작되면 베개가 영어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여 간단히 암기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참 솔깃하고도 참신한 물건이 아닌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입을 한 그녀.
이 베개를 보자 신기한 듯 그녀의 아빠는 시험 삼아 '응가, 꼬추' 를 녹음합니다.
하필이면...
첫 목소리를 '응가, 꼬추'에게 자리를 빼앗겨 살짝 분노가 솟을 뻔했지만 그래도... 자면서 암기가 된다는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면학습을 위해 설명서를 보니
'먼저 외울 단어를 백 번씩 종이에 써서 연습해주세요. 그다음, 그 단어를 녹음기에 녹음합니다'
라고 쓰여있었습니다.
백 번 쓰기 싫어서 이 베개를 산 것인데 결국 가족 몰래 단어를 백 번씩 쓰며 외운 뒤 녹음을 하고 다음 날 새벽 5시 반.
베개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응가, 꼬추'
먼젓번에 아빠가 녹음한 것을 지우지 못한 탓에 아빠 목소리와 뒤이어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중얼중얼 거리는 염불 외는 소리로 잠을 청할 수 없다는 가족들의 성화에 수면학습 베개는 벽장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아빠의 목소리도 웃긴데... 더 웃겼던 건...
3만 8,000엔이나 들여서 얻은 것은 'take care of(~를 돌보다)'라는 영어 숙어 하나와 '응가, 꼬추'의 무한 반복뿐이었다. - page 53
그녀는 내장이 약한 것이 단점 중 하나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에피소드들 중에 장 트러블과도 관련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 이 에피소드에선 그녀가 '원숭이'가 되어버립니다.
<원숭이가 된 날>
정밀검사를 위해 병원에 도착하니 건네준 옷은...
지극히 단순한 셔츠와 바지로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엉덩이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슬쩍 엉덩이 쪽을 보니 바지 구멍으로 쭉 연결된 긴 관이 마치 꼬리처럼 달려서 엉덩이에 힘을 주면 움찔움찔 움직이는 바람에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 없었다. - page 90

굳이 자신의 모습을 원숭이로 비유를...
저 역시도 대장 내시경을 해 보았기에 갑자기 그때가 떠오르면서 살짝 부끄부끄함이...
그런데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창작자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게 됩니다.
반년쯤 지나서 문득 그 검사가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장에 결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숙연한 마음이 들며 '결절아, 결절아, 결절아'하고 시라도 한 수 읊고 싶은 심경이었다.
그래서 창작 의욕을 그대로 내 본업인 만화에 쏟아부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맹장의 아침」이라는 작품을 그렸다.
매번 만화 소재로 고민인데 목숨을 걸긴 했지만 맹장에 걸려 봐서 다행이야......, 하고 요즘에는 맹장을 높이 평가한다.
내 인생은 낭비투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돌아보니 그런 낭비가 소중한 소재가 돼준 덕분에 부끄럽지만 내 인생에 광명이 된 것 같다. - page 93 ~ 94
감히 작가님께 부를 수 없지만 너무나도 멋진 '언니'였습니다.
그녀의 일상이 마냥 유쾌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
근데 과장님이란 사람은
"자네, 학교 다닐 때 사람들 앞에서 만담을 했다며? 재미있을 것 같아서 우리 회사에서 채용한 거야. 내일도 기대할게"
이런 어이없는 발언을 하다니!
이 발언은 그녀가 직장을 그만두는 날에도 합니다.
"자네, 근무 시간에 자주 조는데 밤에 물장사라도 나가는 거야?"
...
"그럼 회사냐, 만화냐 둘 중 선택해야지!"
만화를 선택한 그녀!
보다 통쾌하게 회사를 박차고 나갔다 라면 괜히 제가 울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즐거운 후기 대담>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주위에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기에 그걸 그냥 쓰기만 했다는 그녀.
그래도 그런 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렇게 일상이 유쾌할 수도 있겠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엉뚱하고도 유쾌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는 이미 별세를 하였다고 하니 아쉬웠습니다.
너무 빨리 그녀를 잃어 아쉬움도 남지만 그 자리를 메워주는 마루코짱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그 빈자리를 채워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